학생과 교사 사이에 체벌로 인한 갈등을 다룬 사례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하여 교육부에서는 체벌을 전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입법화하는 `체벌금지 종합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학생에게 사랑의 매를 금하는 체벌금지조항 입법이 우리의 교육을 정상화하고 한층 더 향상시켜 미래의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의 본질에 최선의 방법인지 곰곰이 숙고해 보아야 한다.
보통 체벌은 학생들이 학교규정을 어겼을 때 발생한다. 이 때 학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사랑의 매를 행사하는 교사가 있는 반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제한 채 학생의 잘못만을 생각하고 흥분해 체벌하는 교사가 있다.
전자가 교편(敎鞭)에 해당하는 교육벌에 해당한다면 후자는 단순한 체벌일 뿐이다. `교편을 잡는다'는 표현은 `가르치는 사랑의 매를 잡는다'는 의미다. 요즘 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바로 후자에 해당하는 교사의 체벌 때문이다. 따라서 체벌과 교육벌은 그 개념정의를 달리 해야 한다. 체벌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갖게 하기 위해 행해진 행위라면, 교육벌 즉 사랑의 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고 상대방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두 행위를 `체벌'이라는 단일한 용어로 정의해, 무조건 체벌금지조항을 두는 것은 앞으로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교육을 행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본다.
필자와 안면이 있는 중학교 A교사의 일이다. 한 학생이 가정 불화가 원인이 돼 불량스런 친구와 사귀면서 방황하고 있었다. A교사는 학생과 많은 상담을 하고 쉬는 시간에 교무실·복도·창가에 서있는 벌을 내렸다. 그리고 어겼을 때, 사랑의 매를 행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교사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인해 이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가 있었다. 졸업후에도 이 학생은 A교사를 찾아와 인생의 은인이라고 하면서 지금도 많은 상담을 하고 있다.
위의 사례로 보더라도 체벌은 행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체벌' 즉 감정적인 신체상 폭력과 `교육벌' 즉 사랑의 매로 구분해야 한다. 개인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학생의 잘못만을 다스리기 위해서 행해지는 체벌은 법적인 조항을 만들어서라도 당연히 금지돼야 하는 행위다. 하지만 이러한 금지조항이 교육벌까지 금지할 수도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학생들은 가치관이 완전히 정립돼 있지 않다.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은 사춘기라는 인생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아 자아 정체감이 정립되지 않아 스스로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학생을 대해 보면 스스로가 한 행동이나 말이 잘못된 것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민주시민의 덕목인 타인에 대한 배려는 커녕 다른 학생에게 폐를 끼치고 심지어 학교폭력을 행사해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잘못된 행위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 형성을 도와야 할 교사로서의 책임회피다. 교사들은 학생의 입장에 서서 많은 상담을 하고 교육벌이 필요하다면 행해서라도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
교육(敎育)이란 간단히 말해 미성숙한 인간을 가르쳐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행위다. 우리 고유어 중에 마중물이란 단어가 있다. 물을 받기 위해 펌프에 먼저 넣는 물을 말한다.
교사의 역할이 바로 이러한 마중물의 역할이다. 학생들의 잘못만을 보고 체벌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잘못을 사랑과 그 사랑이 포함된 교육벌로 다스려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참된 교육의 길이다.
체벌금지조항이 잘못된 체벌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이 행하는 감정적인 체벌의 일면만을 보고, 학생을 사랑으로 감싸며 사회에서 용인 가능한 교육벌을 행하고 있는 교사들의 교육까지 침해할까 염려스럽다.
/강 관 희(경기도 교육위원·국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