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정서의 원인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성장 우선 정책에서 비롯됐다. 정경유착과 탈세, 분식회계 등의 잘못된 관행을 국민들이 그대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기업의 윤리경영이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재계에서는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고객만족 경영, 사회공헌 등을 보면 성장 위주의 70~80년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는 70~80년대 상황에서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반기업 정서가 너무 강해요.”

대한상공회의소 손경식(CJ그룹 회장) 회장은 지난 6월 8일 인천 라마다송도 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조찬 강연회에서 “국내의 반기업정서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정부의 정책마저도 반기업정서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손 회장은 “심지어 초등학교 교과에서조차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잘못 표현한 곳이 62개나 돼 이중 42개를 고쳤을 정도”라며 “반기업정서는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순으로 이어지고 있고, 기업과 시민들 사이에 편견과 오해가 쌓이면서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인들 사이에서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인을 단죄하려고만 하는 정부의 태도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오래전의 얘기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사업을 하다 2년 전 중국 산둥성에 전자제품 조립공장을 설립한 한모(49)씨는 “한국에서 도둑놈 취급받으면서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냐”며 “차라리 인건비도 적게들고 대접받는 외국에서 기업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각 기관들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의 반기업 정서가 심각한 수준임을 경고하고 있다. 외국 기업인들도 한국을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폄훼와 냉대는 기업인과 종사자들의 도전정신을 꺾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결과 기업가 정신은 10점 만점에 6.63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70년대 8.30점에 크게 못미친 것은 물론이고 80년대(7.85), 90∼97년(7.20), 60년대(6.70)보다 낮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급기야 최근에는 `반기업 정서’라는 문구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재벌과 기업, 심지어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는 부자들에게까지 무조건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사회적 기류가 있다”며 “반기업 정서가 단순히 기업에 대한 반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과 투자를 위축시키고, 각종 규제에 못지 않게 기업경쟁력을 훼손시켜 결국에는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