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년 전 다롄 근처의 신도시개발 프로젝트 및 호텔설계에 따른 업무로 3년간 갔다 온 이래, 오랜만에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난 주 2년 만에 당시 사귀었던 중국 친구들의 초청으로 중국 베이징을 다녀오게 되었다. 올림픽 개최로 인한 건설 붐으로 베이징의 도시환경은 최악이다. 맑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공해로 인하여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다.

 중국에서 체류하고 있었을 당시 나에게 가장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중국에서 사귀었던 공산당의 간부나 당 서기가 아니라 실은 조선족이라 불리는 우리 중국 교포들이다. 3년간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많은 중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교포들의 중국에서의 생활과 고통의 역사를 배우고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 그리고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중국인들의 사고 방법을 배우는 모든 것들은 바로 그들을 통해서였다.

 이러한 연유로 나에게 있어서 중국동포에 대해 항상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과는 다르게 약 11년 전, 중국과 수교를 체결한 이래,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기사를 보면 중국교포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가슴 아픈 기사들 뿐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위해 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 교포들의 사기에 대한기사, 불법체류자에 대한 이야기, 교포 자녀들의 차별받는 학교생활의 이야기, 불법체류 중인 동포 노동자의 임금체불에 대한 슬픈 이야기,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아픈 사연, 이산가족과도 같은 가족사 등 중국 교포들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이 사회의 병든 부분 처럼 취급당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교 이후 우리의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그들이 숨은 곳에서 얼마나 많은 가교 역할을 했던가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중국 교포들의 지위에 대한 대처방법도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화된 나라에서 생활하는 우리 동포들의 경우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날, 우리 정부가 일본이나 미국 등의 동포들의 인권이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가. 우리의 정부가 노력하는 만큼 각 나라에서의 동포들의 대우는 개선되어져 왔던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수교 이후 10여년의 짧은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이제라도 우리는 중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을 위한 노력과 방법이 개선되어져야 한다. 중국의 동포에 대해서는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아직 그 대응책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우리가 우리의 민족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보이지 않고서 상대에게 그들을 위해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일본의 동포들이 식민지 시대 강제 노역을 위해 끌려가 희생된 것 처럼, 중국의 교포는 일제의 압제를 피하여 이주하고 또한 독립운동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힘쓴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은 50개가 넘는 민족들의 집합체로 구성된 중국사회의 소수민족에 불과하다. 그들의 중국 속에서의 입지는 한족이라는 중국인에 비하여 성장할 수 있는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그들이 우리와 정부의 잘못으로 조선족이라는 이유 만으로 차별을 받거나 억압된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그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족의 중국인 자녀들은 자유롭게 비자를 받고 한국에 유학을 하면서도 우리 동포들의 자녀는 비자를 받기 힘들어서 들어오기도 힘든 상황이라 한다. 먼저 우리가 그들이 자유롭게 조국을 드나들고 국제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미국비자를 받기 위해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미국정부에 지속적으로 비자면제에 대한 요청을 하는 경험을 하면서도, 반대편에 그와 같은 입장의 사람들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비열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나마 우리에게는 우리를 대신해 그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정부가 있다. 그러나 중국의 우리 동포들은 그들의 주장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곳이 아무데도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정부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민족 주체를 요구하는 이 정부가 그들에 대해서 당당하게 우리의 민족을 끌어안는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두열〈경희대 건축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