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도로변이나 공원에 식재돼 있는 은행나무와 상수리 나무 등 각종 유실수에 열매가 맺히면서 나무가 수난을 겪고 있다. 27일 오후 2시 부평구 갈산동 굴포천변 녹지대.
부평구청 근처 삼각지 주변부터 녹지대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기이한 형상을 한 나무들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껍데기는 시커멓고 몸통 곳곳에는 성한 곳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나무들이다.
새파란 잎 사이사이로 도토리가 열린 채 익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다보면 `도대체 이런 나무가 어떻게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녹지대를 따라 1㎞ 가량 떨어져 있는 갈산배수펌프장 주변까지 `처참한 나무'의 행렬은 이어진다.
누군가 도토리를 따기 위해 나무에 발길질을 한 듯 하얀 흙 발자국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부평구청 관계자들과 환경미화원 등에 따르면 굴포천변 녹지대에 있는 상수리나무는 몇해전부터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도토리를 따기 위해 돌 등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흉측한 모습을 하게 됐다. 돌 등으로 도토리를 딸 수 있을 만한 공간은 모조리 내리친 것이다.
나무가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현지에서 만난 김모(45·부평구 부평동)씨는 “어느 정도 익은 도토리는 발길질 몇번만 해도 떨어진다”며 “눈을 피해 가며 도토리를 따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환경미화원은 “새벽에 도로청소를 하고 지나갔다가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 은행나무 잎이 길거리 곳곳에 널려 있다”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훼손한 채 은행을 따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남동구 구월동 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인근 도로에 심어진 은행 나무도 은행을 채취하려는 일부 시민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긴 막대기나 돌 등을 이용해 도로변 가로수 열매를 따는 모습을 인천시내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열매를 따는 이들을 제지하거나 단속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 구청 관계자는 “은행 등을 따다가 적발돼 벌금이라도 물었다는 입소문이 돌면 그 주변 지역은 잠잠해지곤 한다”며 “길을 가다가 열매를 따는 모습을 지켜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시민들이 대다수인 현실에서는 유실수들의 수난이 멈춰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