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대표 `맛'은 무엇일까? 알이 꽉찬 꽃게찜, 별미 물텀벙이탕, 공화촌 자장면, 분식의 대명사 쫄면·신포만두, 강화장어 등이 얼른 떠오른다. 모두 인천의 땅과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들어진 향토 음식이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제5회 인천음식축제는 인천의 향토음식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인천의 유명 맛집을 포함 100여개 음식점이 참가해 다양한 음식을 내놓았다. 또 쌀알 세기, 면발 빨리 뽑기, 떡메 치기, 장어 맨손 잡이, 자장면 빨리 먹기 등 참여 행사와 인천음식 및 제과제품 전시회, 영양 체험관 등 전시 행사도 마련됐다. 사흘간 참여 인원도 5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이번 음식 축제에서 정작 축제의 주인인 향토음식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많다.
주최측의 홍보와는 달리 인천 음식축제에서 향토음식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행사장 한 편을 인천 음식이 차지하고는 있었지만 시민들이 인천의 맛을 체험하고 느끼기에는 부족했다는 소식이다.
정형화된 2~3평의 야외 부스에서 특색있는 음식을 만들어 선보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인천 음식축제에 인천의 `맛'과 `멋' `혼'이 빠졌다면 큰 문제다. 행사장에 참가한 시민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이번 인천음식축제가 부대·전시행사를 제외하면 족발과 두부·삼겹살·순대·파전·막걸리 등 취급품목이 일반 야시장이나 아파트 부녀회의 음식 축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일까? 축제에선 갖가지 음식과 약간의 술은 필수지만 인천 음식축제의 기본 아이템은 향토음식이다.
인천의 명물 물텀벙이 거리를 비롯 강화 더리미 장어거리, 차이나타운내 자장면거리,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거리 등 인천의 유명지역 거리 음식이 판을 이끌어야 했다. 가족·이웃·친구의 손을 잡고 음식 축제를 찾는 사람들은 인천항 개항(1883년)과 함께 중국 산둥반도 근로자들의 왕래가 시작되면서 생기기 시작한 인천 자장면의 탄생 비밀과 경인선 개통(1899년) 공사에 동원된 인력의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인천 뼈 해장국과 감자탕 사연, 지역 한 국수공장에서 실수로 나와 성장(?)한 쫄면의 뒷얘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신포동 만두의 사연 등을 시식과 함께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축제는 시민들의 기대에 못미쳤다. 인천시도 동북아 허브도시 인천의 음식 문화를 대내·외에 알리고 향토 음식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음식 축제를 기획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인천 음식축제에 인천음식이 빠졌다면 꽃게탕에서 꽃게가 빠진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시민들은 구색 맞추기식의 인천 음식축제가 아닌 인천 음식만의 잔치를 원하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문제가 시기와 장소 문제. 주최측의 의도와 다르게 축제가 대형 행사장 인근에서 벌어져 음식축제 취지가 빛을 바랬다는 소리다.
체육대회 등 다른 행사와 동시 진행될 경우 음식 축제가 메인행사가 아닌 부대행사로 변질해 행사 취지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인천의 음식축제가 놀자판, 팔도 음식축제로 변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천의 음식 축제가 인천의 대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특화시켜야 한다. 특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관광지 개발 못지 않게 향토음식 개발과 육성이 중요할 때다.
이제 맛이 없는 관광, 여행은 있을 수 없다. 국제 도시 인천이 인천적인 음식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평창 메밀꽃축제나 서천 전어축제가 맛의 특화를 통해 진가를 올렸다는 사실을 상기해 봐야 한다.
꽃게나 젓갈, 물텀벙이가 빠진 인천음식축제는 음식 축제가 아니다. 내년에는 인천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인천음식축제를 보고 싶다.
/안 영 환(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