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군은 000양을 아내로 맞이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진실한 남편으로서 도리를 다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맹세합니까.” “000양은 000군을 남편으로 맞아….” 결혼식장에서 주례가 신랑 신부에게 묻는 말이다. 그러면 신랑 신부 모두 “네”라고 대답한다. 감히 “아니요”라고 할 신랑 신부가 있을리 없다. 이른바 혼인서약이다.
혼인서약이 끝나면 주례는 이어서 성혼 선언문을 낭독하게 돼 있다. “신랑 000군과 신부 000양은 그 일가 친척과 친지를 모신 자리에서 일생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이에 주례는….” 성혼 선언문 낭독이 끝나면 비로소 그 때부터 신랑 신부는 진정한 부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많은 일가 친척과 친지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이 검은 머리가 파 뿌리(백발) 될 때까지 해로하기를 기원한다.
이대로만 지켜진다면 결코 이혼이란 있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게 간단하고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토록 굳게 맹세했으면서도 몇년 안가 갈라서는 부부가 우리 주위엔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OECD 국가 중 첫째 둘째를 다툴만큼 높다는 말이 들린다. 심지어 결혼한 부부 중 절반 가까이나 이혼한다는 믿지못할 이야기마저 심심찮게 들려온다.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황혼이혼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이다. 올 1∼7월 이혼신청 부부만 해도, 결혼 후 26년 이상이 전체 신청건수의 19%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는 결혼 후 1∼3년(9.4%) 1년미만(4.1%) 등 신혼부부의 2배 내지 5배에 가깝다.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으면 그만큼이나 살고도 그럴까 싶어 서글퍼진다. 젊은 부부들에게 결코 좋은 본보기도 못될 것 같고…. 물론 이 또한 양성평등이나 인권신장의 한 단면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박 건 영 (논설실장)
황혼이혼
입력 2006-10-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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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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