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우리나라는 금연열풍에 휩싸였다. 작고한 유명 코미디언의 금연홍보광고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당시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은 “올 초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성인 남성의 8.3%가 금연을 결행했는데 이중 73%가 담뱃값 인상 때문에 금연했다”는 언급과 함께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만이 흡연율을 줄이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담뱃값 재인상 논리를 폈다. 복지부는 2010년까지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을 30%까지 떨어뜨린다는 목표 하에 담배가격을 갑당 5천원까지 인상하는 계획도 흘렸다. 마침 웰빙바람까지 겹쳐 주변에선 이참에 담배를 끊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곤 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주장도 비등했다. 당시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는 1994년 담배소비세를 인상했을 때 흡연율이 그 해는 일시적으로 8.1% 정도 감소했으나 95년에는 3.2%, 96년에는 4.5% 다시 증가해 결국에는 흡연율이 담뱃값 인상 이전으로 회복되었다는 실증적인 자료를 제시했다. 일부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정부의 세수입만 불릴 뿐 물가상승과 경기둔화 초래, 그리고 빈곤층의 주머니만 가볍게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담뱃값 인상을 감행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 남성 흡연율은 지난해 54.7%로 전년도 대비 2.5%포인트, 올해는 1.6%포인트 정도 낮아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담뱃값 인상 때문에 담배를 끊은 비율은 전체 금연자의 6.1%에 불과했다.

복지부의 담뱃값 인상논리가 설득력이 없었음을 입증한 셈이다.

덕분에 담배소비로 확보한 담배기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1997년 1억4천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5년에는 1조5천377억원으로 7년만에 무려 1만배 이상 늘었다.

최근 4년 동안 담배에서 거두어들인 국민건강증진기금만 3조3천여억원에 달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담배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해에는 33%를 점했다. 참여정부가 담배와의 전쟁에서 거둔 성과는 실로 막대했다.

반면에 금연사업에 대한 지출에는 극히 인색했다. 금년도 금연사업예산은 금연클리닉 운영비 196억원, 금연홍보사업비 81억원 등 총 315억원으로 지난해 담배판매로 거두어들인 세액의 2%에 불과하다. 담배소비세는 수익자부담원칙이 작용하는 탓에 목적세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담배로 거두어들인 세금의 대부분은 금연사업 및 흡연관련 질병 치료에 사용함이 마땅하다. 더구나 모두(冒頭)에서 밝혔듯이 이 정부는 담뱃값을 인상할 때마다 흡연율 저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 않았던가.

흡연자들은 잿밥만 탐했던 정부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호시탐탐 담뱃값 재인상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부한 흡연율 감소타령은 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더 이상 속아넘어가지 않는 탓이다. 대신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담배가격이 500원 인상되지 않으면 내년도 예산이 줄어들어 건강보험료를 올리거나 혹은 노인전문병원 건립, 암 검진 지원 등 건강관련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미구에 담뱃값이 다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흡연자를 죄인시 하는 듯한 정책 탓에 흡연자들의 처지가 궁박한 때문이다.

담배는 누가, 왜 피우는가. 호기심에 흡연하는 청소년이나 극히 일부 애연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단한 서민들이 스트레스 해소차원에서 피운다. 극빈층일수록 흡연율이 높다는 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이미 공지(共知)의 사실이다.

이 땅의 가난뱅이들이야말로 보살(菩薩)이다. 자신을 태워 중생을 구제하는 격이니 말이다.

복지부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담배정책에 열(?)받은 서민들이 오히려 담배를 더 피울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이 한 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