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2시 인천 중구청 앞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의 화교(華僑)연구자들이 인천의 옛모습을 둘러봤다. 이들은 인천시립박물관이 마련한 `제1회 박물관 국제학술회의'에 참석차 인천에 온 `화교 전문가'들이었다. 〈관련기사 3면〉
전날 학술회의를 마치고 이날은 차이나타운 현장 답사를 겸해 이곳에 들른 것이다. 인천차이나타운 구석구석을 직접 돌아본 이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놀랐다. 하나는 화교들이 살아 온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런 훌륭한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관광객을 끌지 못하는 기현상에 있었다.
전문 연구자들의 눈에 비친 이 두 가지 모습은 `인천 차이나타운'의 적나라한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또 차이나타운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단초도 제공한 셈이다.
화교 연구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통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버나드 웡(Bernard P. Wong) 교수는 “인천 차이나타운 거리가 너무 한산하고, 도시전체와 차이나타운이 격리된 느낌”이라면서 “그러나 옛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천차이나타운의 경제적인 면에서는 낮은 평가를 내렸다. 여행객 유치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웡 교수는 또 미국의 예를 들었다. 미국에선 차이나타운의 의미를 경제적 부분에서 찾고 있는데, 그 포인트는 거주자(화교)와 관광객에 맞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이 두 가지 포인트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인천은 이 부분에서 크게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천시와 중구청은 차이나타운에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의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오래전부터 밝혀왔다. 그러나 인천차이나타운은 미국이나 일본 등지의 차이나타운에 비해 역사적 가치는 높지만 그 활용면에서는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마당에 시는 영종경제자유구역 내 운북지역 83만평에 대규모 `화교단지'를 개발하기로 하고 최근 정부로부터 개발계획을 승인받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존의 차이나타운 개발·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행정당국이 어떻게 새로운 `화교단지'를 성공시키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인천 화교와 관련한 지역차원에서의 세밀한 연구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국내에선 `차이나타운=인천'이란 공식이 일반화해 있지만 인천에서의 차이나타운 연구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정희 일본 교토소세대학 부교수는 “어떤 정책이든지 성공하기 위해선 연구가 핵심”이라면서 “차이나타운과 관련한 연구가 돼 있지 않으면 인천의 차이나타운 활성화 계획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월요기획·위기의 차이나타운]가치 있지만… 도시속 섬
입력 2006-10-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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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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