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는 오는 28·29일과 11월 4·5일에 영등포역에서 시발하는 KTX관광열차를 하루 1회씩 총4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영등포지역내에서는 이번 KTX관광열차운행이 KTX의 영등포역정차를 위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철 철도공사이사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한 이래로 철도공사의 경영개선을 이유로 KTX열차의 영등포역 정차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이사장의 바람과는 반대로 2006년 1월 발표된 경기개발연구원의 `경부고속철도 광명역 활성화방안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KTX열차의 영등포역정차는 신규고객수요창출보다는 서울역·용산역·광명역고객의 흡수역할 밖에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정상화의 기반을 닦기 시작한 광명역의 기능저하를 가져와 정부의 철도정책과 철도공사가 미래에 가지게 될 막대한 수요를 놓쳐버리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현재 광명역을 중심으로 해 주택공사의 역세권개발에 대한 기본설계가 완성돼 있으며, 2011년 완공목표로 역세권내 복합단지건설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역세권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광명역은 주변에 거대한 상업 및 업무, 주거시설의 배후단지를 거느리게 된다.
 또한 올 12월 용산역에서 광명역까지 셔틀전철이 운행될 예정이며, 2015년까지 광명역에서 여의도까지 운행되는 신안산선과 신공항에서 광명역을 잇는 제2공항 철도건설, 2020년에는 분당선건설이 예정돼 있다. 연계교통망건설이 차질없이 이뤄진다면 광명역은 수도권 서남부지역뿐 아니라, 지방을 연결하는 국제비즈니스맨과 철도이용이 용이치 않았던 강남주민까지 광명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광명역활성화문제는 단순히 특수한 지역내 역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서울로 집중된 교통수요를 분산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의 일환인 것이다. 일시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수익성이란 이유로 KTX열차를 영등포역에 세우려는 시도는 광명역주변 역세권개발과 정부의 각종 연계교통망 및 개발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교통부뿐 아니라 철도공사내에서도 영등포역정차 반대기운이 퍼져 있다.

 그럼에도 이 이사장은 영등포역정차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추병직건교부장관의 영등포역 정차불가발언에도 언론과 영등포지역 상인에게 영등포역정차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 왔다. 벌써부터 영등포지역에서는 이번 KTX관광열차운행을 KTX열차의 영등포역정차라는 상징적인 효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철도공사 일부에서는 `일반열차가 아니고 관광열차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 굳이 영등포에서 새마을호가 아닌 KTX관광열차를 운행할 이유가 없다. 또한 이것을 기회로 영등포지역내에서 또다시 KTX열차의 영등포역정차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터져나오면 지난해 10월처럼 쓸모없는 지역간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철도공사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지역간 화합을 방해하는 영등포출발 KTX관광열차 운행계획을 즉각 백지화시켜야 한다.
 경영학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개리핼머는 저서 `꿀벌과 게릴라'에서 `꿀벌과 같이 늘 같은 꽃밭에서 매일 같은 꿀을 따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게릴라처럼 새로운 사업분야를 꾸준히 발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철도공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급여 1원 선언, 임원휴가반납, 혁신학교운영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전시성성격의 방법을 차치하고라도 미래의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줄 최신형 총인 광명역을 버리고 당장 눈앞에서 잡기쉬운 칼인 영등포역을 손에 쥐고 흔드는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효 성(광명역 범시민대책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