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FTA파동 등 국내외적으로 어지러운 정세속에서도 신이 허락한 계절의 변화는 시나브로 찾아왔다. 가을이 오더니 어느새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람마다 각 계절을 향유하는 방법과 태도는 모두 다르다. 감상에 젖는 이부터 기쁨으로 반기는 사람, 서글퍼지는 사람 등 자신에게 밀려오는 감정의 변화대로 움직이기 십상이다.
경기도내 자치단체마다 가을 축제들이 한창이다. 축제의 장은 시민들의 화합과 단결을 꾀하는데 목적이 있으나 일부 자치단체에서 벌이는 축제는 `시민은 없고 공무원과 유관기관 관계자'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꼴불견 행사로 전락되고 있다.
행사비용도 자치단체 규모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최소 1억원 이상을 시민의 혈세로 지출하고 있다. 행사내용 또한 연예인들을 동원,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노래자랑은 수년째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연예인 초청없는 행사장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며 군중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자치단체 행사준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심지어 일부 자치단체는 `○○국제대회'라는 이름으로 거창하게 이벤트행사를 홍보하지만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외국인 근로자, 그것도 불법체류 신분자체를 확인하지도 않고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들을 행사에 반강제적으로 참여시켜 국제대회라는 타이틀을 꿰맞추는 해프닝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작 축제의 주인이자 최고의 내빈인 시민들은 설 자리가 없다. `찬밥이든 쉰밥이든' 자치단체가 차려 주는 밥상대로 먹으라는 식의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시민들의 빈축을 사는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축제장의 변두리조차 다가서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독거노인과 장애인·부랑자·노숙자 시설에 몸을 의탁한 사람들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이어지는 불황탓에 기업과 뜻있는 독지가들의 지원금이 줄거나 아예 끊어진 시설들이 태반이다. 다가올 겨울을 나기위해 자치단체를 찾아 운영경비라도 일부 대달라고 사정해 보지만 예산이 없다거나 미인가시설에 대한 지원근거가 없어 곤란하다는 퉁바리만 들은 채 맥없이 돌아서고 있다.
축제비용의 절반이면 미인가시설 원생 수백명이 한겨울을 날 수 있는 금액이다. 누구를 위한 행정이냐, 복지정책이냐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단체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늘진 사각지대' 사람들을 챙기는 미덕은 최소한의 도리이자 목민관(牧民官)이 갖춰야 할 품성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은 자치단체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아무리 `표'를 먹고 사는 단체장이라지만 평소 그늘진 이웃들을 위한 시정을 펼치고 아픔을 나누는 목민행정을 펼친다면 재선·삼선을 노리는 단체장들이 `유별난'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깊어가는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감상을 즐기는 동안 연탄 살 돈이 없어 싸늘한 주검을 맞는 위기가정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할 계절이다.]
/김 성 규(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