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말 한마디가 참 대단하긴 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의 추가 신도시건설 발표가 나오자 마자 온 수도권이 들썩댔다. 검단 파주와 같이 후보지로 거론된 곳은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몇천만원씩 뛰었다. 미분양 아파트마다 인파가 몰려 난장판을 이뤘다. 후보지 주변은 물론, 수도권 곳곳 심지어 서울 강남지역까지 덩달아 후끈 달아올랐다. 뒤늦게 단속을 강화한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기껏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애써 한 일이 되레 불을 지핀 격이 되고 말았다. “지금 집을 사보아야 비싼 값에 사는 것인만큼, 양질의 주택이 공급될 때까지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 이렇게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건만, 모든 게 허사였다. 적어도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절대 안믿기로 굳게 다짐이라도 한듯 싶다.

당장 추 장관에 대한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경솔하고 성급했다는 것이다. 충분한 검토도 없었다고 했다. “추 장관이 투기세력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비아냥 소리도 들렸다. 일이 커지자 “청와대 및 재정경제부와 사전협의도 없이 발표했다”는 발뺌성(?)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전적으로 추 장관 탓만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재정경제부에서도 밝혔듯이, 신도시 계획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합의해왔던 부분이다. 이미 정부가 천명했던 ‘수도권내 매년 30만호 주택공급계획’의 일환이었다는 설명도 나왔다. 나흘 뒤 관계부처회의를 거쳐 ‘신도시 지역’을 확정 발표한 것만 봐도 이 사실은 입증된다 하겠다. 이런 터에 추 장관이 며칠 앞서 발표한 게 그렇게도 큰, 오직 그만의 잘못이었던가 싶은 것이다.

집값 폭등도 폭등이지만, 정작 수도권 주민들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자꾸 주택만 늘어나면, 그만큼 많아지는 인구는 “도대체 무얼 해 먹고 살아야 하나”하는 문제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새로운 신도시 지역 말고도, 경기도내엔 이미 진행중인 택지개발지구가 무려 58개에 3천100만여평이나 된다. 이마저도 용인 고양 등 조성이 마무리된 수십개 지구와, 아직 착공하지 않은 12개 지구를 제외한 수치라 한다.

그런데도 번듯한 공장 하나 제대로 못짓는 곳이 경기도다. 그야말로 택지 외엔 일해서 먹고 살 생산시설은 좀처럼 들어서기 어렵다. 수도권 과밀화 억제 및 국토균형개발을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에 따른 갖가지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 탓에 공장 신증설이 막혀 4만여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는 게 경기도의 주장이다. 기업들이 투자하려다 포기한 게 자그마치 34개 기업에 55조8천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큰 것만 예로 들어도 첨단 대기업인 하이닉스 반도체공장, 세계적 완구업체인 레고그룹의 레고 랜드 건립 등이 모두 물건너갔다고 한탄한다.

여기에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워 토지공사 도로공사 등 경기도내에 있는 49개 공공기관마저 다른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왕에 있던 일자리까지 없애면서 생산성 없는 주택만 대거 양산하고 있다. 당연히 경기도는 극심한 교통난 환경파괴 삶의 질 저하 등을 피할 길이 없게 된 셈이다. 경기도민의 고민이 그래서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택지만 계속 개발하는 걸 보면, 수도권 인구과밀 억제는 진작에 포기한듯 싶다. 그렇다면 이참에 아예 갖가지 수도권규제도 대폭 없애는 게 어떨까. 이왕 인구집중 억제를 포기했다면, 이제는 주택이 늘고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먹고 살’ 길도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다. 언제까지 경기도를 베드타운으로만 방치할 수는 없다. 이쯤되면 국토균형개발이란 것도 다 공염불로 들린다. 지속적 택지 확대로 수도권 인구집중을 부추기면서, 균형개발을 논하는 것부터가 ‘눈감고 아웅’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도권규제 대폭 완화는 그래서 더 더욱 필요하다.

/박 건 영(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