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중심부의 재생에 있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비전은 무엇일까? 재생은 단순하게 중심부 상권을 회복시키거나 강화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도시 중심부의 재생은 도시다운 도시를 만들어 가고, 인간 중심적이며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다. 중심부는 오랜 세월을 거쳐서 역사와 문화·전통 등이 축적된 장소성이 형성된 곳이다. 우리는 중심부에서 그 도시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와 시민 삶의 수준을 느낄 수 있다.

 중심부를 회복시키고 재생하는 일은 도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가지 비전을 생각해 볼수 있다.
 첫째는 공원 도심부로서의 이미지다. 상업과 업무공간이 아름다운 공원과 함께 푸르른 풍경으로 둘러싸인 중심가의 이미지를 상상할수 있다. 둘째는 생활도심부로서의 이미지다. 일반시민은 물론이고 고령자와 사회적 약자도 안심하고 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심거주의 조건을 갖춘 중심가의 이미지, 병원·복지시설·근린상점가 등이 콤팩트하게 집적해 있어서 편리한 중심지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다. 세번째는 복합문화도심부의 이미지다. 업무·상업과 함께 문화활동이 집적하는 장소로서의 중심지 이미지를 상상할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은 공통적으로 보행자를 위한 유동(游動)공간이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유동공간은 도심의 회유성(回遊性)을 부활시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 중심부에 회유성이 없기때문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상업지역을 활성화시키려면 구매하는 소비자가 거리를 회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상권이 활력을 가질 수 있다. 회유는 수족관의 물고기가 자유롭게 오고가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목적지가 있어야만 거리를 거니는 것은 아니다. 자유롭고 편한 기분으로 거리를 배회하며 거닐수 있는 것이다.

 이 것은 매력있는 거리와 공간일때만 가능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유동공간이라고 할수 있다. 유동공간에서는 상인과 지역 주민 그리고 이 곳을 방문하는 외지인까지 하나가 돼 뒤엉킨다. 도시의 생명력은 여기서부터 생겨난다. 불행하게도 우리 도시 아니 경기도의 31개시군 중심부에는 유동공간이 미흡하고 이로인해 회유성이 박약하다.

 유독 왜 우리도시에는 유동공간이 잘 갖춰지지 않는 것일까? 근대 이후 토지소유권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토지소유에서의 공사(公私) 분리가 철저하게 이뤄지다 보니 이러한 공간이 서서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오고가던 길이 사적인 점유로 넘어가다보니 다양한 매력을 가져올수 있는 활동의 자유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결론지어 말하면, 이제라도 경기도 31개 시군은 도시중심부를 재생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한다. 그러고 나서 도시중심의 재생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31개 시군마다 상황이 다르고 접근방식이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 행정, 지역내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 중심부의 재생은 외부적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재적 자원과 에너지의 결집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앙정부와 광역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칭 `도시중심부재생에 관한 특별지원법'의 제정도 검토해 볼만하다.

/서 충 원(강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