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1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 지하상가. 5개의 개별 사업자가 지하 공간을 나눠 운영하고 있었지만 A상가는 적정 규모의 소방시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A상가를 제외한 4곳은 리모델링을 통해 그런대로 소방시설은 갖췄지만 이 상가는 시에 기부채납을 앞둔 상태여서 투자를 미루고 있었다. 이 상가에는 수많은 점포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소화기는 점포당 1대가 아닌 구역별로 3대씩 비치해 화재 발생시 초동진화가 힘들었다.
문제는 위급사태시 초동조치에 나서야 할 상인들이 소화기 위치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관련 당국의 소화기 점검은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지만 함께 동반돼야 할 상인 대상 소방교육은 외면받고 있었다. B점포주는 “올해 별도의 소방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동인천 상가는 정전 등 재난발생에 대비해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휴대용비상조명등도 누군가 가져가 빈자리가 여기저기 목격됐다.
동인천역 주변 노숙자도 화재에 또 다른 위험요인이다.
날씨가 추운 탓에 밤이면 지하상가 공동구역으로 몰려들어 가끔 불을 피우기 때문. 지하상가에서 국민은행과 대한서림 쪽 출입구는 24시간 개방돼 공동 구역이 노숙장소로 전락했다.
한 상가 관리인은 “날씨가 추워지면 인근 노숙자들이 몰려와 새벽까지 술을 먹고 싸우고 불도 피워 화재위험이 높다”며 “시설관리자인 시시설관리공단에 얘기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겨울 밤이면 경비들이 배로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3시 동구 송림동 동부시장. 시장 천장 대부분이 연소성이 강한 스티로폼으로 덮여 있었다. 상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각종 전선들은 서로 뒤엉킨 채 외부에 노출돼 있었고, 성인 두명이 서면 빈틈이 없을 정도로 통로점용은 심각한 상태였다. 소방시설이라곤 중앙에 있는 소화전이 유일.
상인 허모(42)씨는 “한달에 한번씩 소방 점검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특별한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며 위기의식 부재를 드러내기도 했다. 강모(37·여)씨는 “시장 현대화가 늦어진 탓”이라며 행정당국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천소방방재본부는 “재래시장은 원칙적으로 화재특별경계지구로 지정, 자치단체에 소방통로 정비 등 환경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며 이달부터 20만여개소를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