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부터 대입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논술시험의 비중이 상향조정됐다. 논술시장의 잠재력과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외국자본이 처음으로 유입됐고, 이삼년후에는 수조원대의 사교육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급기야 유치원논술까지 생겼다니 걱정이 앞선다. 학부모들은 내자식을 소위 명문대에 합격시켜야겠다는 일념뿐이다. 남이 시장가니 나도 시장간다며 논술학원을 향한다. 이러한 논술불안감은 가히 패닉(공황)현상이다.
예부터 우리 부모는 못먹고 가난해도 논팔고 소팔아 자식공부시키는 것을 낙으로 살았다. 이 영향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뜨거운 교육열'을 낳았다. 이 열기를 바르게 방향잡아주고 적절한 전문성을 뒷받침해 준다면 무조건 논술학원을 의존하는 레밍(떼지어 이동하는 나그네쥐)효과는 막을수 있다고 본다.
논술교육은 읽고, 생각하고, 쓰기단계가 있다. 주어진 주제를 읽는 단계, 읽은 내용을 창의적으로 문제를 선정하고 생각하는 단계, 생각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 세단계를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는 데 논술교육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때문에 `종합적인 사고력'을 길러 `생각하는 힘'을 측정할수 있도록 교육인적자원부의 산고 끝에 `통합교과형 논술'시험이라는 대명제가 탄생됐다. 논술은 모든 교육에 우선 할 수 없다. 국어교과를 대신할 수도 없다. 하나의 독립된 교과는 더욱 아니다. 모든 교과를 통합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며칠전 수업연구를 참관했다. `이야기를 읽고 자기의 생각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표현하기'란 주제에 따라 학생들이 학습문제를 찾아내고 학습방법까지 토론하는 자기주도적학습을 이끌었다. 이 수업의 핵심은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그림그리기, 노래하기, 율동하기, 마인드 맵으로 40분동안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이 학습은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말만 없었지 교수·학습방법은 논술교육의 기초를 다지는 활동이었다.
서울대 신입생중 논술점수가 가장 좋은 정모군과 송모양은 논술학원보다 독서와 신문을 좋아했다. 이와같이 논술성적이 좋은 학생의 특징은 독서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학생들에게 독서에 흥미를 갖게하고 독서환경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논술교육의 성공여부는 독서교육의 성패에 달려있다. 때문에 학교마다 도서실 현대화를 위해 기본운영비의 5%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책이 없어 독서를 못하는 시대는 지났다. 추우면 따뜻하게 해주고, 더우면 시원하게 독서환경을 꾸며주면 학생들과 학부모는 도서실로 모여들게 돼있다.
유대인은 아이가 돌이 지나면 잠자리에서 `Bed side story(베갯머리 교육)'을 시작한다. 품안에서 어휘력을 키워 언어발달과 풍부한 상상력을 기르고, 부모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가슴깊이 지니게 한다. 주말마다 독서후 가족끼리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이 생활화됐다. 독서를 강조하는 유대인과 학원만 고집하는 우리 부모와 너무 대조적이다.
국민정부들어 6명의 교육수장이 경질됐다. 이로인한 교육정책은 안정성과 지속성을 잃어 믿을 수 없다. 붕어빵 찍어내듯 같은 생각과 같은 글을 쏟아 내게하는 논술학원은 더 믿을 수 없다. 획일화된 사교육은 건강한 사고력을 병들게 한다. 학생은 선생님과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있을때 건강하게 자란다. 믿을 곳은 학교와 가정뿐이다.
논술교육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말자. 상호보완성을 지닌 논술교육과 독서교육은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일부터 시작하자.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으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가까운 곳에서 먼곳으로 지도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기본원리다. 영국의 제이콥스가 지은 `아기돼지 삼형제'란 동화가 있다. 밀짚으로 만든 집, 가시덤불로 만든 집, 벽돌로 만든 집 중에서 내자식에게 어떤집을 짓게 할것인지 학부모의 결정만 남았다.
/안 영 기(성남은행초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