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주력  제품 가격과 물량 등을 담합해 부당한 이득을 챙긴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9일 "10여개에 달하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합성수지 등 주력 제품의 가격과 물량 등을 담합해 판매해온 것을 적발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담합건은 국내 석유화학업체 대부분이 연루된 데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 것이어서 이들에게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만 최대 2천억원에 달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담합 사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담합 행위로 부과한 과징금 최고액수는 지난해 8월 시내전화요금을 담합한 KT와 하나로텔레콤 등에 부과한 1천100억원이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업체 대부분이 적발 대상에 포함됐으며, 우리  업계에 이처럼 카르텔(부당 공동행위)이 만연해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이들 업체가 "당시에는 이 같은 행위가 업계의 관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과징금 부과 수위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조만간 이들 업체에 대한 조사와 심리 절차 등을 마무리 짓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특히 공정위가 최근 논란이 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개편안마련을 매듭지은 뒤 본연의 업무인 `카르텔 규제 강화'를 선언한 뒤 나온 것이어서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고강도 조사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이제 출총제는 마무리됐으니 앞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이나 부당행위, 담합에 대한 조사 등 공정위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출총제 개편안 합의 이후 기업들의 순환출자 해소 유도와 사후감시 강화 등을 위해 `시장조사실(가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공정위는 또 기능별로 구성돼 있는 기존 시장감시본부를 산업별 조직으로  개편하고 시장감시본부 산하의 경제분석팀을 향후 신설될 시장조사실 산하로 바꾸는 등 내부 조직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사후적 규제 방안으로 특수관계인과의 상품.용역 거래를 이사회 의결과 공시의무 대상으로 추가하고 금융감독원의 공시사이트와 연계된 공시 포털사이트도 신설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한 뒤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