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4일 인천국학운동시민연합 등 12개 시민단체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인 지 두달이 지났다.
현재 서명에 동참한 시민은 14만5천여명.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천국학원 권은미(43) 원장은 “몰상식한 동북공정 야욕도 우리 민족 스스로 정체성과 민족혼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며 “시민, 특히 청소년들이 이번 서명을 통해 민족의 뿌리를 찾고, 우리 역사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되새길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간단체가 인천지역에서 14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건 전례가 없던 일이다. 지난 2004년 초 (사)국학원이 전국에서 100만명 서명을 받아 중국대사관에 전달을 시도했을 때도 인천에선 1만명 정도가 서명에 동참했을 정도다. 그렇기에 거리에서 행인들에게 서명을 받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권 원장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별걸 다한다는 시민도 있었고, 심지어 영업에 방해된다며 고소하겠다는 엄포도 들었다”며 “그래도 역사가 바로 서야 한다는 우리 뜻을 이해해 준 많은 분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 국학원은 전국적으로 천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국학원은 올 연말까지 40만명의 서명을 받는 게 목표.
권 원장은 “다행히 시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이 협조, 가장 중요한 시점에 있는 청소년들이 서명에 많이 참여할 수 있었다”며 “서명 만으로 끝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관련 교육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원장이 국학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건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인회사에 다니던 지난 1997년. 틈틈이 단학 수련을 하다 국학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이듬해 연수동 단월드 원장으로 인천에 뿌리를 내렸다. 지난해 인천국학원장으로 취임했고, 올 5월 시청 앞에 교육실을 갖춘 어엿한 인천국학원이 문을 여는데 산파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권 원장은 “나이가 꽉 찬 딸이 결혼할 생각은 안하고, 국학을 한다고 회사를 그만두니 집안에선 난리가 났었다”며 “하지만 내 마음 속에 우리 민족과 우리 역사가 가득 들어차 있는데 누가 그 속으로 뛰어들겠는가”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