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주택담보 대출인 ‘보금자리론’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대출금을 받아 가로챈 대출사기단에게 압수한 허위 감정평가서를 인천지검 한 수사관계자가 확인하고 있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된 것처럼 허위 감정평가서류 등을 꾸며 금융기관의 대출관리가 비교적 허술한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 대출인 `보금자리론'을 통해 348억원의 대출금을 받아 챙긴 대출사기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검사·김오수, 주임검사·최창호)는 21일 분양브로커 김모(36)씨와 모 건축회사 대표 황모(46)씨 등 16명을 사기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분양브로커 이모(41)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감정평가사(4명) 등 58명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인천, 경기, 서울지역 미분양 아파트 205가구(21개 아파트)를 실제 분양가의 2∼3배의 가격에 분양된 것처럼 분양계약서를 작성한 뒤 감정평가업체로부터 허위 감정평가서를 발급받아 시중은행 2곳과 신용카드사 1곳으로부터 348억여원의 보금자리론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무주택자 등의 주택마련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대출 심사가 대부분 서류심사만으로 이루어진다는 허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등은 먼저 수도권 지역 미분양아파트를 물색하고 건축주에게 분양가의 80% 가격에 사들이겠다고 접근한 뒤 모집책들에게 1천500만원씩 주고 아파트 구입자 명의를 빌려줄 사람들을 소개받았다. 모집책은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자들이고 명의를 빌려준 이들은 신용불량자 등으로 명의 대여료 명목으로 200만~7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감정평가사들에게 실제 분양가의 1.5∼2배에 달하는 허위 감정평가서를 발급받아 은행과 연계된 대출모집자들에게 1건당 300만∼500만원씩 주고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하도록 했다. 검찰은 이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수령한 대출금으로 건축주에게 분양금을 지급하고 1가구당 3천만원 정도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사기 대출로 확인된 총액이 348억원이며 연체된 보금자리론이 419가구에 65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미뤄 추가로 대출사기가 있는지 여부와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불법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