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옆에 가기 싫어, 냄새 나잖아.” 우리 직원들이 퇴근 뒤 집에 가면 자주 듣는 말이다. “해양배출 폐기물 성분검사를 하느라 냄새나는 폐기물 더미속에서 하루종일 지내니 온몸에 냄새가 밸 수밖에 없지”라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랴.
 “요즘 같은 취업난에 공무원만 시켜준다면야 냄새 좀 나면 어때”라고 말할 이들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이 일을 하게 된다면 과연 계속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폐기물 해양배출제란 육상처리가 곤란한 폐기물을 먼 해양에 배출해역을 정해놓고 버리는 제도다. 해양폐기물의 배출을 의뢰하는 곳을 보면 절반 이상이 양돈농가다. 양돈농가에서 발생되는 축산분뇨를 해양에 배출하기 위해서다. 축산분뇨나 하수오니 등을 해양에 배출하려는 회사는 해경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우리는 그 회사를 방문해 폐기물 이물질제거시설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수개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보니 자동차에서 냄새가 사라질 날이 없고, 매일 옷을 세탁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서류가방까지 냄새가 배 방향제 두세개를 넣어둬야 어느 정도 해결되는 상황이다.

 해양폐기물 배출업체에 대한 시설현장확인 과정에서의 애환도 많다. 대부분의 축산농가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마을과 떨어져 산속 깊은 곳에 있다. 주소만 들고 이곳을 찾아 갔다 낭패를 보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전화가 없거나 설사 전화가 있어도 산골이어서 휴대전화가 안 터지는 바람에 사업자와 연락도 못하고 헛걸음치는 경우도 있다. 연락은 됐는데 산길에서 길을 잃어 몇시간씩 헤맬 때도 부지기수다. 하루종일 산길을 헤매다 밤늦게 사무실에 돌아오면 또 할일이 태산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일은 해경내에서도 기피업무가 돼 버렸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한 공무원이 수행하는 업무가 규제가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공무원이 수행하는 업무는 일부의 국민이라도 고맙게 생각한다. 반면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공무원도 있다. 폐기물 해양배출을 못하게 하면 해양배출업자나 육상사업체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해양배출을 허용하면 어민들이나 환경단체에서 반발한다. 고생을 해도 신이 나지 않는다는 푸념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더라도, 단 한명의 민원인을 위해 산속에서 헤매더라도, 깨끗한 바다를 위해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 지난해까지 매년 10% 정도씩 꾸준히 증가하던 폐기물 해양투기량이 올해는 연초부터 마이너스 증가율로 돌아섰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해양투기량보다 11% 정도 줄어든 84만㎥가 감소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투기만을 주장하던 배출업체들 스스로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인식, 해양투기 총허용량을 줄이는데 동의하는 등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분석된다.
 환경부는 현재 인천·서울·경기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오니를 고화처리, 김포매립장에 매립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농림부도 가축분뇨를 분리해 고형물은 퇴비로 활용하고, 액상분뇨는 액비로 숙성해 자원화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오는 2011년까지 연간 해양배출 폐기물을 400만㎥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그러나 아직도 영세 양돈농가에서는 매일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처리할 시설건설이 어려운 실정이고, 시설을 건설한다고 해도 하수처리 오니의 소각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겨 꺼리는 님비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해양투기가 줄어들수록 더 깨끗한 바다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획기적인 의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 상 윤(해경 해양폐기물관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