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대책

 우리나라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2중, 3중의 피해의식을 느낀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활동 보조인이 별도로 따라 붙어 보조인이 모든 것을 일일이 챙겨 주기 때문에 활동하는 데 큰 제약이 없지만 우리는 코치가 활동보조인까지 맡는 열악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또 다른 나라 선수들은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 역력한 데, 우리는 `오로지 메달'이다. 국내 장애인 선수들은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도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기 마련이지만 타국 선수들은 동메달만 목에 걸어도 팀 전체가 흥에 겨워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하지만 국내의 열악한 장애인 체육에도 희망은 있다. 큰 욕심 내지 않고 묵묵히 노력하는 선수와 지도자가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체육인들은 큰 재정적 지원보다도 따뜻한 사회적 관심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보치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우리 국가대표 선수단은 포르투갈 팀이 사용하는 공의 모양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우리는 공 표면에 코팅이 돼 있는데, 그들의 공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보치아는 공의 표면마찰이 많아야 유리한데, 포르투갈 선수들은 코팅을 벗긴 공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선수단은 해외에 나간 뒤에나 새로운 장비와 기술력을 배우는 처지에 있다. 우리 독자적으로 색다른 장비를 개발하기는 불가능한 처지에 있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도 그렇고,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예산지원이 장애인 체육을 활성화시키는 제1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도 선수단은 이 대회에서 얻어 온 새로운 장비를 갖고 경기력을 어떻게 하면 향상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훈련하고 있다. 사회복지분야 전문가로 몇 년 전 인천장애인체육계를 이끌었던 정헌(60) 성동원 원장은 “인천지역엔 장애인 체육관 하나 변변한 게 없다”면서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엔 운동장 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또 장애인 체육 활성화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인식의 문제도 장애인 체육을 열악하게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정부 당국부터 장애인체육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애인체육을 재활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장애인체육을 단순히 치료의 도구로 인식하다보니 일반 체육에 지원하는 만큼 예산이 책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보인다. 아무리 조건이 좋지 않을 지라도 세계 정상에 서겠다는 선수의 불굴의 의지와 지도자들의 헌신적 노력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 학교체육을 담당하는 교육청에서는 내년도에 적지만 장애인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수립해 놓은 것도 커다란 변화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