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도로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입니다. 차를 빼서 다른 길로 돌아가세요.”

   매일같이 고성이 오가는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현대홈타운 입구.

   수십년간 사람들이 드나들던 길에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뒤 새로 꾸려진 입주자대표회에서 `사유지'라는 이유로 길을 막기 시작하자 때아닌 도로 분쟁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4일 수원시에 따르면 도로법상 사도, 군도, 지방도, 국도 등 `도로'는 아무리 사유지라도 불특정 다수의 출입을 제한하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동수원초등학교에서 매탄시장과 삼성아파트 쪽으로 뻗어나가는 `T'자 형태의 이 도로는 사도나 도시계획도로가 아닌 `단지내 도로'로 분류돼 있어 도로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아파트 주민들은 길을 열어주게 되면 도로가 파손되고, 아이들 교통사고 유발 등 안전문제가 생기며 주차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이곳은 `길'이 아닌 `아파트 부지'라고 주장,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려는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매일 이 지역에서 나오는 민원건수만 20여건. 출입을 요구하는 인근 주민들과 경비원간의 실랑이가 폭행으로 이어져 경찰에 신고되는 건수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다는게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 한모(38·여)씨는 “매탄4·5단지 주민들이 동사무소나 매탄재래시장으로 가려면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야 하는데 경비가 길을 막고는 다른 길로 돌아가라고 한다”며 “아무리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주민들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때문에 인근 매탄4·5단지 주민들과 재래시장 상인들은 현대홈타운에서 밖으로 통하는 출입로 3개소를 일시적으로 강제 차단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동네 주민들간 도로분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현대홈타운 주민대표회의 신기철 자치회장은 “아파트 주민중 25% 정도가 일반분양인데 이들은 `예전에' 길이었다는 걸 알 턱이 없고 단지 안으로 차가 다니는걸 극구 반대하면서 `계약서에 없는 사기분양'이라고 역정을 내고 있다”며 “사유지인데다 일반분양자나 주민들 대다수가 길을 열어주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 대표회의가 구성된 후인 지난달 중순부터 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영통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차량이 이 길을 자유롭게 통행했다고는 하지만 법적으로 차량 통제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수년전 5천여세대가 넘는 장안구 송죽동 한일타운도 같은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주민들간 대화가 잘돼 차단기를 열어놓고 있는 것처럼 대화로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