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렬 (기상청 수원기상대장)
날씨가 추워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11월 6일 진눈개비 형태로, 그것도 밤에 내린 것으로 올해 첫눈이 기록되었다. 눈이 온 산하를 뒤덮고 있는 풍경은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때 묻고 얼룩진 세상을 덮어 감싸주어 포근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깨끗한 눈이지만 때로는 비닐하우스를 무너뜨리고, 정박된 작은 배들을 침몰시키기도 하며, 도로를 빙판 또는 질퍽하게 만들어 생활에 불편을 주기도 한다.

눈의 생성은 구름속의 물방울이 빙점이하의 초저온 상태에서 액체상태를 유지하다가 특정한 조건이 갖추어져 증발될 때 생긴 수증기가 얼어 미세한 얼음결정이 되고, 이 결정에 또 다른 수증기가 얼어붙음으로써 점차 커지고 무거워져서 지표에 내리는 것이 눈이다. 이때 상층온도가 영하 15℃정도의 비교적 따뜻한 공기층에서는 습기가 많아 함박눈이 만들어지며, 영하 30℃ 정도의 비교적 찬 공기층에서는 결정이 부딪쳐도 서로 달라붙지 않고 그대로 내리기 때문에 떡가루 같은 싸락눈이 내리게 된다. 따라서 싸락눈이 내리면 상층으로부터 한기가 곧 닥쳐 추워질 징조다.

그리고 눈(雪)속에 포함된 수분량의 정도에 따라 습설(濕雪)과 건설(乾雪)로 구분하기도 한다. 습설은 수분을 40%까지 포함하는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기 좋은 함박눈이 이에 해당된다. 눈의 결정의 크기는 대개 2∼3㎜이지만 5∼6㎜나 되는 큰 것도 있다. 눈의 결정은 다양하고 아름다우며 그 형태는 눈이 생성될 때의 기상환경에 따라 변화무쌍하지만 골격만큼은 기상환경의 차이를 초월해서 모두 6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은 얼음의 표면장력이 여섯 방향으로 극소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쌓인 눈은 밀도가 0.1정도로 가볍다. 따라서 10㎜의 비는 눈으로 쌓이면 10㎝가 된다. 그러나 적설은 시간이 지나면 다져져서 무겁게 되어 밀도가 0.4정도로 커진다.

눈의 평균밀도를 0.3이라고 가정하여 계산하면 1㎝의 적설은 1㎡에 3㎏의 무게가 된다. 그러면 50㎡ 넓이의 지붕에 50㎝의 눈이 쌓인 경우에는 눈의 무게는 7.5t이 되는데, 이것은 몸무게가 75㎏인 사람 100명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것에 상당하는 무게이다. 이때 적설 내부의 물체에는 눈 그 자체 무게 이상의 힘이 가해져 눈사태로 인한 참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눈이 내리는 모습이나 하얗게 쌓여 있는 모습은 너무나 깨끗하여 모두가 좋아한다. 특히 개들은 눈이 오면 팔짝팔짝 뛰면서 어쩔 줄 모른다. 개들은 거의 완전한 색맹으로서 개들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검은색과 흰색의 흑백사진처럼 보이고 움직임에 민감하기 때문에 눈이 내리면 눈송이에 대한 움직임 때문에 어쩔줄 몰라 한다고 한다. 금년 겨울철 장기전망은 엘니뇨현상이 활성화되면서 이상 난동과 기습 한파에 의한 서해안 지방에 폭설이 예상되고 있어 폭설로 인한 피해를 미리 미리 대비해야겠다.

/이 병 렬(기상청 수원기상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