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발전 및 의료제도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2005년 10월 출범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지난 10월24일 비급여중심 실손형 민간의료보험활성화를 위해 건강보험법정본인부담에 대한 민간의료보험보장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간의료보험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자 민간보험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민간의료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을 금지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은 서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민간의료보험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국민은 민간의료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정본인부담금 6조4천억원(2004년기준)을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고 주장하나 사실은 보험시장의 위축으로 큰 손실이 예상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민간보험업계의 “법정본인부담금 보장과 건강보험 재정과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민간의료보험의 보험금을 타기위해 많은 여성이 요실금 수술을 받아 지난 5년간 수술횟수가 730%늘었다”며 민간의료보험상품이 과잉진료를 야기, 건강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정본인부담금은 의료이용자의 비용인식을 통해 불필요한 이용을 줄여 국민건강보장체계를 효율화하기위한 정책수단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본인부담금을 보상하는 민간의료보험시스템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며 공보험의 진료비 증가를 초래하므로 도입하지 말 것을 회원국에 권고하고 있으며 캐나다·스위스 등 많은 국가가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보험과 달리 수익창출이 주 목적인 민간의료보험은 고소득·저위험계층 가입자 고르기로 정작 보험이 필요한 늙고 돈없는 사람, 즉 저소득·고위험 계층의 가입을 기피한다. 단적인 예로 고혈압·당뇨 등 지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암발생률 증가와 함께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조기 발견이 늘어나면서 보험급여지급액이 급증, 수익성이 악화되자 대형보험사들은 암전용보험의 판매를 중단하고 있고 소형보험사도 보장범위는 줄이고 보험료는 대폭 올리는 추세다. 암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보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암보험가입이 제한되고 비용마저 치솟음에 따라 국민의 건강권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공보험은 국민의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의료수요를 충족해야 하고 민간의료보험은 그 외에 추가적인 비용지불의사가 있는 사람이 가입하도록 균형된 역할설정이 필요하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감기같은 가벼운 질병을 치료하려는 것이 아니라 암이나 심장질환 등 중증질환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료보험은 법정본인부담금에 대한 보장이 아니라 비급여부문의 보장을 확대, 의료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신의료기술의 도입을 촉진해 건강보험의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손 혜 숙(건강보험공단 군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