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각각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 가고 그렇게 살다 보면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게 마련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충돌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짜낸다. 그래서 만든 것이 소위 `원칙'으로 알려진 `기준'이라는 것이다.

광의로 보면 헌법·법률, 조례 및 관습 등을 사회적 기준으로 본다. 협의로 볼 때는 인사추천기준, 도덕윤리기준, 아파트원가공개기준 등 `기준'으로 표현된 것에 국한할 수 있겠다. 통념상 광의로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두명 이상의 판단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기준이 있다고 본다. 기준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파레토 후생처럼 누구의 후생손실도 없이 전체 후생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간다. 발전의 원동력은 정직과 신뢰다.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사회구성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기준도 그러한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지켜지는 것이다.

변화의 방향은 크게 두가지 모습으로 일어난다. 하나는 법적·제도적 기준이다. 예를들면 동북아시대의 중심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행정중심도시특별법이나 경제자유구역특별법 등이 만들어졌다. 보다 정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기준을 만들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공사업 시행자의 조성원가 공개기준 등이 만들어졌다.

최근 판교신도시 사업지구내에 편입되는 저소득층 세입자의 생활보장을 위해 임대아파트를 특별공급하고 전세자금 지원방안 등을 만들었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들과 같은 극빈자들을 위해서는 보상기준에 들지 못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특별보상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객관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상기준에 든 사람이 보상기준에 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특별보상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 보상기준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떼쓰고 시위하면 조금이라도 더 얻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기준은 힘의 논리에 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도덕적 기준이다. 도덕적 기준은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교차로 4거리에 보면 교통사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을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 사건의 경우 4거리에서는 증인이 있게 마련인데 시간 뺏기고 귀찮다고 생각하여 신고자로 나서지 않는다. 이것은 당사자는 물론 경찰에게도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케 한다.

골프장에도 도덕기준이 있다. 영국의 경우 앞팀이 골프를 칠 때 움푹 파여진 디보트를 수리하지 않고 가면 뒤의 팀이 클럽하우스에 고발조치한다. 철저하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도덕기준이다. 공사현장에는 안전기준이 있다. 일본의 경우 고층공사시 안전모 착용 원칙은 이미 생활화되어 있고 도로포장공사와 같은 평지공사시에도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한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안전기준이다.

판교신도시 건설현장에는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다. 안전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켜나가고자 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모든 분야의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잘 만들고 그 기준들을 철저히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기준을 잘 지킨다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기준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데서 출발한다.

이처럼 사회적 기준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오로지 정직과 신뢰에 의해 사회구성원들의 여망을 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구성원 서로가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준을 만들고 계속하여 발전시켜 나갈 때 우리는 함께 잘 살고 품격있는 선진국으로 좀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윤 여 산(토공 판교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