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은 그 동안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식으로 홀대당해 왔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투자계획대비 투자실적을 보면 부산신항 45.8%, 광양항 83.5%인데 비해 평택항은 겨우 15.6%에 불과하다. 미군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지원개발계획에 따르면 평택항에 해마다 1천434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의 내년도 배정액은 위 계획과는 달리 954억원에 불과하다. 항만건설의 기본인 수로 및 항로준설사업비 400여억원을 삭감한 것이다.
특히 항로는 육지로 말하면 건축하기에 앞서 개설해야 할 진입로에 해당하는 것인데 항만을 건설하면서 항로준설·확장사업비를 삭감해 버린 것이다.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평택항은 지난 86년 1종 무역항으로 출발, 96년 부산항·광양항과 함께 3대 국책항으로 지정됐으나 부산·광양항의 중점개발과 인천항의 북항·남항 추가개발에 밀려 당초의 마스터플랜에 훨씬 못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잘못된 정책도 문제지만 경기도의 자세에도 더 큰 책임이 있다. 평택항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항만배후도시개발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항만배후지가 여전히 전답으로 남아 있다. 이러니 재정투입과 민자유치가 안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 식솔인 GRI가 생뚱맞은 연구보고서를 내 평택항에 자살골을 먹이고 있다. 경기도의 행정사무감사기간 동안 원장과 책임연구원을 불러 문제의 연구보고서 작성경위 등에 대해 질의해본 결과 평택항에 대한 실상과 현안파악이 제대로 안돼 있고 방법론 등에서 오류가 있음이 드러났다.
GRI는 경기도의 싱크탱크로서 정책연구와 논리개발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도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또 '2007년 이후 경기도정 중기정책기조 제안'책자에서 '황해경제자유구역지정과 항만클러스터조성을 통한 동북아비즈니스 거점기반구축'을 강조하면서 문제가 된 연구보고서에서는 평택항의 과잉·중복을 논하는 자가당착을 범해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GRI측은 평택항의 잠재력을 운운하고 있는데 평택항은 이미 잠재력을 넘어서 항만으로서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9개의 카페리항로개설을 요청받고 있으며 컨테이너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1개 컨선석에서 22만TEU를 처리하고 있고 수년내에 6개 컨선석이 추가로 건설되면 200만TEU를 처리하는 중진항으로 자리를 굳힌다. 자동차수출은 이미 연간 70만대를 넘어 머지않아 전국 1위를 차지할 태세다. 평택세관은 지난해 평택항을 통해 2조1천억원의 수입을 올려 전국세관중 6위를 차지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화주들이 물류비용이 저렴한 평택항을 선호하고 있어 선석만 확충되면 눈부신 발전이 기대된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 다롄·칭다오·톈진 등 북중국 항만의 물동량이 3천만TEU를 초과하고, 상하이·닝보 등 화둥지방의 물동량도 4천만TEU에 달해 수도권 항만인 인천·평택항도 장차 이들 항과 거래를 하려면 각각 1천만TEU의 규모로 개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도 등 수도권과 충청남도 등 중부권은 LCD, 반도체, 첨단 R&D클러스터 등의 집적지로 한반도의 첨단산업허브로 발전하고 있어 항만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임을 증언하고 있다.
평택항이 더 이상 폄하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 진 규(경기도의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