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현 (부동산114)
2006년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이 27.3%, 경인권 57.6%, 신도시 33.2%, 전국 평균 21.83% 상승해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31대책 발표이후 가격 안정을 기대하며 내집 마련 시기를 늦췄던 서민들이 낭패를 보았다.

올해 가격 상승의 가장 큰 특징은 상·하반기로 나눴을 때, 상반기에는 재건축 또는 버블세븐지역, 대형 평형 위주의 가격상승이었고 하반기는 비강남권 또는 중소형 평형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상반기에는 8·31대책 이후 하락했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과 3월 판교 분양을 앞두고 주변 지역의 가격 상승, 강남권이나 양천·목동 등 선호도 높은 지역의 대형 평형 위주의 수요 증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3·30 대책과 버블세븐 논란 이후, 강남권 대형 아파트는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 DTI 적용에 따른 자금동원 문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강화에 따라 신규 수요가 감소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반면 하반기에는 가격 상승에 따른 실수요자의 불안감, 상대적으로 수월한 주택담보 대출, 은평 뉴타운이나 파주시 운정지구 등의 신규 분양아파트의 고분양가 등이 겹치면서 실수요자의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건설교통부의 발표에서도 실제 거래량이 3/4분기에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비강남권. 중소형 평형의 가격 상승은 특정지역이나 대형 평형의 가격 상승과는 또 다른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3년간 강남권이나 재건축, 대형 주상복합이 가격 상승을 주도할 때만 해도 상대적인 박탈감은 있었지만, 비선호 지역이나 소형 평형을 선택하면 내집마련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의 가격 상승은 서민들의 내집마련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으로 서울 25개구중 평당 매매가격이 1천만원 이하인 구는 12개로 거의 절반수준이었으나 2006년말 현재 8개구로 줄어들었고, 평당 600만원대인 지역도 2005년말 강북구·중랑구·도봉구등 3개구였으나 현재는 최하지역도 평당 800만원대로 올라간 상황이다.

수도권 역시 마찬가지다. 평당 500만원대가 수도권 시·군의 절반 수준인 19개 지역이었으나 2006년말에는 13개 지역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로또라고 불릴만큼 치열했던 판교 청약 경쟁률, 강북이나 수도권 신규 분양가의 상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규 분양을 노려온 내집마련 수요자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 이처럼 8·31대책이후 가격 하락을 기대했던 수요자 대부분이 가격 상승에 따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서 장기적인 내집마련 설계가 어려워졌다.

내년에도 아파트 시장은 대형,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자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지역이나 중소형 평형에 대한 내집마련 시도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조건의 주변지역보다 가격이 낮거나 동일한 지역내에서는 교육시설과의 접근성·역세권·신규단지 등 지역내 경쟁력있는 단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서울과 경기도의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3만호가량 감소하기 때문에 수급 물량이 적은 지역이나 단기간에는 일시적인 가격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전세시장도 불안 요소가 있다. 내년 봄 이사철에는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의 부담이 전세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입주 물량 감소 역시 전세가격을 끌어올리는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제와 재건축 규제, 각종 거래세금 등으로 공급물량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각종 공약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아파트 수요자들은 정책이나 시장변화를 꼼꼼하게 확인하되,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자신의 자금 여력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내집마련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 혜 현(부동산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