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화기 본체용기 명판에 부착된 소화기와 소화기약제 합격표시로 사기행각 사전예방을 위해 시민들의 확인이 요구된다. /출처:한국소방검정공사 홈페이지
인천 남구 관교동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38·여)씨는 올해만 4차례 방문 소방점검(?)을 받았다.

진남색 점퍼에 '○○공사'라는 명찰을 달고 김씨의 가게를 찾은 이들은 한결같이 "소방점검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며 소화기 구입·충약 등을 권했다.

김씨는 2년전 개업 당시 이들을 소방서 관계자로 착각해 시중가 1만5천~2만원인 3.3㎏ 분말소화기를 3만원에 구입했다.

또 지난해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소화기에 '충액'을 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2만원을 썼다.

이들은 "서울에서 왔다. 우리가 전국을 관리한다"고 말하며 소화기를 가져간 뒤 1~2일 뒤에 다시 가게에 갖다줬다.

뒤늦게 이들의 행위가 사기라는 사실을 안 김씨는 "이들을 소방공무원으로 생각하고 요구하는대로 따랐는데 속았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지난 11월까지 '소방점검'을 내세우고 가게를 찾는 '불청객'의 방문은 이어졌다.

최근 이같은 사례가 지역에서 잇따르자 인천소방방재본부는 홈페이지에 '소방관 사칭 소화기 강매·충약 행위' 주의 안내문을 게시했다.

소방방재본부는 안내문에서 소화기 강매 및 약제 교체 등을 요구하는 이들을 접했을 때 신분증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소화기는 파손됐거나 보관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교체, 충약할 필요가 없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축압식 소화기는 소방검정공사에서 부착한 합격 표시가 붙어있고 압력 게이지 바늘이 녹색부분을 가리킨다면 정상이다. 또 소방서는 소화기나 소화기 약제를 판매하지 않는다.

소화기를 사거나, 충약을 하려면 소방서에 등록된 판매·정비 업체에 문의한 뒤 구입하면 된다.

인천소방방재본부 예방안전과 관계자는 "이들은 정상적인 소화기를 가져가 닦고, 스프레이를 뿌려 외양을 보기좋게 정비한 뒤 20배가 넘는 부당 이득을 챙긴다"면서 "현대판 '봉이 김선달'에게 속지 않으려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