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이미지가 톡톡 튀고 까다롭고 도도한 이미지로 각인돼 억울할 때가 많아요. 실제로는 까불기도 잘하고 아는 언니들과 노래방 가서 이상한 춤 추기도 하고 상처도 잘 받는 성격인데… 최근 인터넷  댓글  보고도 상처 많이 받았어요."
    1990년대 청춘스타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영화배우 고소영(34)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신인 시절이던 1993년 MBC 인기 드라마 '엄마의 바다'에서 톡톡 튀고 엉뚱하고 도도한 부잣집 딸 역으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고소영은  이후 그 같은 캐릭터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후 많지 않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미지 변신에 크게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런 고소영이 코믹 멜로 영화 '언니가 간다'(감독 김창래, 제작 시오필름)에서 단독 주연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언니가 간다'에서 고소영이 맡은  나정주는 잘못된 첫사랑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하는 서른  살의  디자이너 보조. 시간여행을 통해 12년 전 과거로 돌아가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다시 제대로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는 '언니' 역이다.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소영은 배역 캐릭터가 평소  모습과  다르지 않아 편안하게 연기했다며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친다.

    "공포영화였던 '아파트' 때는 배역을 소화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큰 어려움 없이 재미있고 편하게 찍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영화  속의  나정주가 평소의 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원래 평소에도 친구들과 까불고 장난치고 소리지르고 그렇게 놀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자연스러웠어요. 사실 코믹 영화라고는 하지만 제가 '개인기'를 발휘해 웃기는 상황을 연출한다기보다는 여러가지 영화 속 설정 자체가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웃겨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구요."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작품 활동을 너무 띄엄띄엄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혹자는 영화 흥행 실패에 충격을 받아서 쉰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건  아니구요… 2002년 '이중간첩' 끝나고 4년 동안 쉬었을 때도 그냥 별 생각없이 쉬었어요. '언제 컴백하겠다' 뭐, 이런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그냥 평상시와 똑같이 친구들 만나고, 여행도 가고… 그런데 돌아보니 어느덧 시간이 4년이나  흘렀더라구요. 내년에는 10년 만에 다시 드라마에도 출연할 계획이고 영화도 찍고, 열심히  해보려구요."
    고소영도 이제 30대 중반, 혹시 나이 들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지 궁금했다.

    "글쎄요. 나이는 잊어버리고 사는 편이에요. 특별히 그런 느낌은 없고… 우리나라 연예계가 너무 어린 친구들에게 치중돼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34살이면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평균수명도 길어졌고. 저는 그냥  20대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요."
    "혹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느냐"고 떠보자 "결혼이 좀 무섭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랑하고 싶고 남자친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한결같지만  결혼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아직까지 연애에 대해 판타지를 갖고 있거든요.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잖아요. 지금까지 연애를 6~7번 정도 해봤지만 그때도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어요.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기는 해요. 지금도 누구와 결혼식장에 함께 서서 공식적으로 '누구와 누구는 부부입니다'라고 못을  박아버린다는 게 너무 두렵거든요."
    "고소영 씨도 출산율 저하에 기여하고 있다"고 하자 "그런 셈인가요"하며  웃어제낀다. 그러면서 이상형의 남자는 말수가 적고 제임스 딘 같은 아웃사이더형이란다. 요즘 가장 인기인 유머러스한 남자는 친구로는 좋지만 애인은 싫단다.

    최근 화제가 됐던 '100억대 건물 신축설'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난감해한다.

    "무책임한 기사인 것 같아요. 사실 그 건물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저도 잘  모르는데, 그냥 추정해서 100억 원이라고 쓴 거죠. 무엇보다 '연예인들은 돈 많이  벌어서 호화사치 생활하면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인식을 일반인에게 각인시켜준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어요. 저만 해도 벌써 연예인 생활을 10년 넘게 했고  아시다시피 광고도 많이 찍었는데, 당연히 어느 정도 돈은 벌었을 거 아녜요.  제가  열심히 노력하고 저축해서 모은 돈인데 그런 식으로 비치는 게 억울하고 불쾌했어요.  인터넷에서 기사에 붙은 댓글 보고도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번 영화는 잘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더니 이내  표정이 밝아지며 "고맙다"고 말하는 고소영의 모습에서 영화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이 묻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