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한 해 인천 부동산 시장에도 심한 광풍이 몰아쳤다.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집값에 서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4일 개장한 송도 웰카운티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 부동산 광풍이 여전한 듯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5] 인천경제 <하>

회사원 박모(47)씨는 지난 10월 이사를 앞두고 가슴이 철렁했던 경험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박씨는 당시 서구 마전동 풍림 1차 아파트 33평형을 1억9천만원에 사기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4천만원을 이미 집주인에게 넘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집주인은 정부가 검단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너무 싸게 팔아 위약금을 물어도 좋으니 계약을 해지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불과 일주일여 앞둔 시점이었다.

박씨는 아파트 매매를 중개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중재와 끈질긴 설득으로 3천만원을 더 얹어주고 겨우 이사할 수 있었다. 박씨는 "추가 대출과 친지들에게 돈을 빌려 천신만고 끝에 이사를 했지만 한동안은 공황상태였다"며 "솔직한 심정은 아파트값이 더 올라 추가된 돈을 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2006년 한 해 인천 부동산 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그 와중에 서민들은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집값에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인천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1년 동안 평균 17.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 11.4%보다 5.7%P 높은 수치이다.

구별로는 서구가 지난 1년 동안 평균 32.5%가 올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도국제도시가 한창 개발 중인 연수구(24.5%)와 인구가 가장 많은 부평구(15.9%)도 두자리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남구(1.7%)와 동구(2.4%) 등 구도심권은 한자리수 상승에 그쳐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소래논현지구 한화 에코메트로 2천690가구를 비롯 인천지역에선 모두 8천611가구가 신규 분양됐다. 한화에코메트로 청약 경쟁률은 평균 19.2대 1을 보였으며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송도웰카운티는 최고 136.6 대 1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포스코 더샾을 포함한 연수구를 비롯 구도심 재개발·재건축 등 1만3천639가구의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이는 올해 분양 물량보다 58.4% 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지역 10가구 중 4가구는 아직도 '내집'을 갖지 못했다.

부동산 대란은 주택 부분에서만 그치지 않고 가뜩이나 모자란 제조업 공장용지에까지 확산됐다. 국내 최대 중소기업 전용 공단인 인천남동국가산업단지(이하 남동산단)의 연초 공장용지 평당 매매가 350만원은 10개월여가 지난 11월 현재 5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1년여 동안 무려 57% 가량 상승해 민간 주택부문 상승률을 넘어서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와 관련,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시회 전정우 사무국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묶인 유휴 자금이 공장용지로 흘러들어가 있는 것 같다.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송도국제도시와 한화 아파트 등 남동산단 주변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어 공장용지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장 대체부지를 찾지 못한 대기업 중심 제조업체들의 탈(脫) 인천현상이 두드러진 한 해이기도 했다. 최근 대우종합기계(주) 인천공장을 비롯 한국유리(주), (주)휴스틸(옛 신호스틸), (주)한화 인천공장, 동양제철화학,  KT통신 서부영업소, 대우컴퓨터(주), (주)한화에너지 개발, 한미은행 콜센터 등이 이전했거나 이전을 검토 중이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기업체들이 인천지역을 떠나는 것은 세수와 실업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지역들에게 기업들을 빼앗기지 않도록 인천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