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은 미국의 역대 전직 대통령 중 비교적 행복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백악관을 떠난 이후에도 "세계가 좁다" 하고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외교활동을 벌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그런가 하면 미국 국내는 물론, 호주 폴란드 중국 등 지구촌 곳곳에서 강연료로 벌어들이는 돈도 사뭇 엄청나다. 한해에 자그마치 100억원이 넘을 때도 있었다 한다. 여기에 거액의 회고록 고료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아있다 하겠다.
그런 클린턴도 퇴임 직후 한때는 처량하기 그지없는 세월을 보내야 했었다. 퇴임 직전의 사면 뒷거래 의혹과 친인척 사면 로비 의혹 등에 휩싸여 옴치고 뛰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던 것이다. 그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측근들마저 상당수가 사면 논란에 관련돼 있어, 그를 찾아와 위로해줄 여유도 없었다 한다. 게다가 상원의원이 된 부인 힐러리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힐러리 참모들의 충고(?)때문에, 워싱턴 방문까지 극도로 자제했었다.
요즘 클린턴의 처지가 다시 옛날처럼 잔뜩 움츠러들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힐러리의 2008년 대통령선거 출마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부터다. 클린턴이 유능한 정치인이고, 아직은 제법 인기도 많아 정치자금을 모으는데도 발군의 실력을 보일지 모르지만, 옛날의 성추문 및 사면 뒷거래 의혹 등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안겨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클린턴 자신도 될 수 있으면 전면에 적극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 한다. 그러기는 커녕 되레 뒤에 숨어 그림자 노릇이나 자처할지 모른다고도 한다.
한번 새겨진 허물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지우기 어려운 곳이 미국이라는 나라인가 보다. 국민들이 관대해서일까, 우리 같으면 웬만한 일은 별탈없이 쉽게 넘어가곤 했던 것 같은데. 여보란듯 큰소리까지 치면서….
/박 건 영(논설실장)
지난 허물
입력 2006-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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