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도 시끄러운 한 해였다. 숱한 우여곡절 속에 우리를 힘들게 한 일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정치·경제적으로나 하다못해 북한의 핵실험까지 사회를 혼란과 위기속으로 몰아넣으며 편안히 놔두지 않았던 세월이었다. 격정의 한해였음이 틀림없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 모든 부분이 따로 살림이었고 각각의 이해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편을 갈라 대립하는 이전투구 또한 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 여론의 향배도 극명하게 달랐으며 그 해결책과 문제의 접근 방법도 상반된 입장이 태반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 정책이 그랬고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도 같았다. 전시작전권 환수문제와 한미 FTA 협상도 다름이 없다. 찬반시위가 연일 계속되었으며 의견대립은 그 골을 더욱 깊게 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새해가 온다고 해서 이런 모든 상황이 조금도 달라질 게 없다는 점이다. 희망은 희박하고 위기의 전조들만 너울거린다 하겠다. 새해가 걱정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난국을 헤쳐나갈 기대라도 갖고 싶은 것이 현재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단순 소박한 새해 소망을 기원해 본다.
우선 앞으로 닥칠 대선을 무탈하게 잘 치러내길 바란다. 이번 17대 대선은 그 어느 대선보다 대립과 쟁투가 심할 것으로 염려된다. 벌써부터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10년 집권의 진보·개혁 정부가 계속될건지 아니면 보수·중도의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며 국민의 선택만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진영 간의 이념 대립 구도는 더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치열할 것으로 보여 큰 정치적 격동이 예상된다.
여기에 동서의 지역대결까지 가세할 경우 그 혼란상은 지금으로선 생각하기에도 끔찍할 정도이다. 이처럼 이번 대선은 우리의 운명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임과 동시에 국민의 합리적 선택여부에 따라 국운의 부침이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시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첫번째 소망은 당연히 우리 사회가 이런 국가적 대사를 잘 치러내 다시 화합과 번영의 길로 들어서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난으로부터의 탈출이 두번째 소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경기란 말처럼 새해에도 서민경기의 어려움은 명확하다. 정국불안에 따른 소비와 투자의 위축은 양극화 현상을 더욱 가중시켜 시중에는 "못살겠다"는 아우성만 남을 것임이 분명하다. 청년들의 실업률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치와 체감치가 아주 다르다. 안정된 고용은 없고 단지 파트타임의 일자리만이 있을 뿐이다. 한집 건너 또 한집에 우리 젊은이들 한둘은 빈둥빈둥 허송세월이다. 이게 현 상황이다. 새해에는 청년 백수, 실업자들이 거리에 넘쳐난다는 딱한 소리를 안들었으면 좋겠다.
북핵문제 해결도 중요한 소망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는 금년 내내 우리에게 가장 큰 시련을 준 안보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일시에 깨뜨리며 우리 안보를 불안케 만들었다. 그 해결 방법을 두고 국론은 두동강이 나고 북한의 의도대로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 형국이다. 줄거 다주고 치명타를 얻어맞은 꼴이다. 후안무치한 북한 당국이 대승적 결단으로 핵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의 길을 택하는 것도 새해의 바람중의 하나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망이다. 부동산 투기가 없어진 사회, 과격·불법 노사분규나 시위가 없는 사회, 또 범죄와 불법이 판치는 탈법행위와 자신과 소속 집단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이기적 심리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결국 우리 사회의 가장 대표적 고질병인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와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이 새해의 가장 큰 소망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민족역량을 모아 우리 사회를 안정되고 평화롭게 만들 기틀을 마련해 보도록 하자.
/송 인 호(논설위원)
새해의 소망들
입력 2006-12-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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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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