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인수 (수원대학교 교육대학원장)
날마다 터지는 아찔아찔한 말과 사건이 국민과 사회를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지도자의 원한에 찬 말에 독기가 서려있어 가슴이 섬뜩하다. 어른도 제자리를 던져버리니 어른도 없고, 법도 없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쳐다볼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 지도자도 믿고 의지할 수 없고 정부도, 법도 믿고 따를 수가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도덕과 법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공동체가 심각한 무규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학교에서 교원은 아이에게 무엇을 본받고 누구를 믿고 배우라고 가르치기 어렵다고 한다. 교육까지 흔들리는 마당이니 이러다가 우리 사회가 지탱할 수 있을까. 사회 해체 현상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하는 심각한 걱정이 날로 늘고 있다.

참여정부는 행정도시·혁신도시 정책으로 지역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저소득층·취약 계층의 복지 확대 정책으로 계층간 갈등을 풀려고 했지만 오히려 전 국토가 불안하고, 양극화가 갈수록 조장되고 있다. 사회 통합은 커녕 갈수록 불신과 갈등이 더해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기획예산처 연구용역보고서인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기본 조사 및 정책연구'에서 계층간 사회 신뢰와 국가기관 등에 대한 신뢰도가 어느 나라보다 낮아 우리 사회가 총체적 불신의 늪에 빠져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민의 사회적 신뢰가 낮은 것은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지 못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과 사람의 협력과 거래를 촉진시키는 제도·가치관·규범·네트워크 등의 사회적 자산을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다.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신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신뢰 정도를 10점의 척도에서 국회2.95·정당 3.31·정부 3.35·지방자치단체 3.89 등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처음 만나는 낯선 타인에 대한 신뢰수준(4.0)보다 못한 수준으로 국가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에 대한 조사결과도 실망스럽기는 한가지다. 검찰(4.22)·법원(4.29)·경찰(4.48) 등은 노동조합(4.61)·대기업(4.68)·군대(4.85)·언론(4.91) 등과 함께 중간 값인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중간값인 5를 넘어 신뢰를 받은 기관은 시민단체(5.41)·교육기관(5.44)만이다. 그리고 국민의 70%가 공직자의 반은 부패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공직자가 법을 거의 지킨다고 보는 국민은 5%에 지나지 않았다. 공적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이토록 비참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인 도덕과 법이 무너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와 공직자가 법적·도덕적 권위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통째로 잃어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절망적인 충격 속에서 그래도 교육기관이 가장 높은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동안 학교를 둘러싸고 정부와 교원·학부모·학생간 불신과 갈등이 없지 않았고 학교와 교원도 제자리를 잃고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교육에 모든 희망을 걸고 살아왔다. 그리고 오늘 이 정도의 사회 발전의 힘은 교육이었음을 우리 모두 인정하고 있고, 이것이 KDI의 신뢰 조사의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학교가, 교육이 우리 사회의 무너진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에 그 어느 때보다 앞서야 할 때다. 분열과 불신과 갈등을 넘어 사회통합을 이루고,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일이 학교와 교육의 가장 큰 임무다. 헌법정신을 지키는 교육, 신뢰와 협력을 가르치는 교육이 역사의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 국민은 사회 모두에 실망해도 그래도 교육만은 믿고 있다. 교육이 우리의 보루다. 학교와 교원이 역사적 소명감을 다시 인식하고 새로운 결심을 할 때다.

/강 인 수(수원대학교 교육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