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민호(11·가명)와 민재(9·가명), 정민(11·가명)을 키우고 있는 일반위탁가정 부모 이모(61·여)씨.
친형제인 민호와 민재는 아동보호시설에서 2001년에, 이혼 후 각자 재혼한 친 부모에게 버림받은 정민은 2004년에 데려와 지금껏 남편과 함께 돌보고 있다.민호 형제를 데려다 키웠을 때는 정부 지원이 없었고, 2003년부터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항상 돈이 모자랐다. 그럼에도 부모없이 자랄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 친 아들 이상으로 관심을 갖고 키웠다. 그런 이씨가 최근 동사무소를 찾았다가 위탁가정 부모가 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에게서 "사모님은 돈 잘벌겠네요. 아이들 때문에 정부에서 돈도 많이 받고…"란 얘기를 들었기 때문. 이씨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절대 돈 때문은 아니다"며 "아이들이 듣지 않아 다행인데,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왜 이 길(위탁부모)을 택했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위탁가정 부모들이 사회의 편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상 부족한 지원에 허덕이는 데, 사회가 마치 위탁가정을 돈벌이 수단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이다.
1999년에 맡아 키우던 아이를 친 부모에게 보낸 뒤, 2004년부터 또 다시 한 남매(4·5세)의 위탁부모가 된 김모(50)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돈은 얼마나 받느냐'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 등의 말을 자주 듣는다"며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너희 집이 어디냐. 더 이상 불편을 주지 말고 집으로 가라'고 말하는 동네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도 많이 상하지만, 부모없이 혼자 떠돌 아이들을 생각하면 위탁가정 부모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들어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에 매일 위탁활동에 대한 수입액을 묻는 전화가 한 통 이상씩 걸려온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원액이 30만원 안팎이란 얘기를 들으면 전화를 끊어 버린다고 한다. 센터 백진희(26·여) 사회복지사는 "위탁어린이 수에 비해 항상 가정이 부족한 데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사람들이 무섭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상을 줘도 시원치 않을텐데 더 이상 위탁가정 부모들이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고통받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가정위탁이란
아동복지법에 따라 친부모의 질병, 가출, 수감, 사망 등을 이유로 18세 미만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을 때 대신 양육하는 가정. 양육 주체별로 대리양육가정(조부모),친인척가정(이모·삼촌), 일반가정위탁(무혈연) 등 3가지로 나뉜다. 친부모가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까지 돌보는 게 원칙이다. 위탁부모가 되기 전 8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가정위탁지원센터는 방문 면담 및 환경조사 등을 통해 위탁부모의 적격성 여부를 심사한 후 위탁연계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