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하나 녹록한 일이 없는 거칠고 강팍한 시절을 그래도 잘 견뎌 왔다. 600년만에 찾아든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황금돼지의 근원이야 어찌됐건 그나마 희망에 찬 2007년 정해년의 화두는 단연코 화안온언(和顔溫言).
그렇게 기대고 싶은 정해년이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히려 폭력에 가까운 독설과 노기에 찬 얼굴과 상대를 깔아뭉개려는 거친 언행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 모든 암울함을 함께 안고가야 할 2007년이다. 그 한복판에 12월 대선, 그 엄청난 파도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넘어져도 왼편으로 넘어져야 한다는 진보와 내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보수의 끊임없는 편가르기가 올해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라고 했다. 공자말씀대로 군자는 다른 사람의 허물을 함부로 들춰 내거나 꾸며서 말하지 않으며 나의 장점을 믿고 교만한 사람은 있으나마나 한 사람이라고 했다. 언제나 부드러운 얼굴로 따뜻한 말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또 군자는 언행이 가볍지 않아서 언제나 한결같이 의연하며 위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말할 때는 누군가 듣는 귀가 붙어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말하고 거친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했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신물나게 듣고 살았다. 그래서 어느때보다도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들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지만 무수히 많은 담론이 공허한 외침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은 너나 할것 없이 말의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은 너무나 정당하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외에 상대의 의견은 묵살해 버리는 행태들이 만연하고 있다. 올해는 이런 꼴불견들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촌색시 분 한장 더 바른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생활에 찌들어 있는 사람이 어쩌다 형편이 나아지면 과도한 사치를 부린다는 말이다. 일종의 열등감이요, 한풀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요즘 흔해 빠진 졸부의 속성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사소한 이익에 과도하게 기뻐하고 사소한 손해에 마치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흥분해서 불쾌해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세상살이는 다 겪어 본것 아니겠는가? 2007년, 그렇게 좋다는 황금돼지의 해, 더도 덜도 말고 환한 웃음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서로를 보듬어 주는 그런 날들을 만나고 싶다.
/홍 기 헌(수원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