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내 한정된 시장을 놓고 벌이는 '매출전쟁'은 물론 향후 유통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영토확장 전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올 신년사에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공언하며 수도권내 한판 승부를 예고한 바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해 월마트코리아까지 인수해 1위 자리가 더욱 확고해진 이마트와 삼성테스코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기존 업체간 3강 구도속에 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의 홈에버가 경쟁에 가세하면서 접전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역시 신규 출점과 M&A 여파로 시장에 파란이 예상된다.
올해 대형 유통점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 비용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어느해보다도 불꽃튀는 대결이 점쳐지고 있다.
◆경기
■ 접전 예상되는 경기지역=현재 경기지역에는 78개의 대형마트와 14개의 백화점이 운영중이다. 복합쇼핑센터와 재래시장, 기타 대규모 점포를 합할 경우 총 262개에 달하는 대형 유통점들이 성업중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 1999년 21개에 불과하던 규모가 올 1월 현재 78개에 달해 10년도 채 안돼 3.5배에 달하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 평균 증가율도 연평균 12.7%로 전국 평균(9.8%)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체는 지역별로 수원이 가장 많은 54개로 대형마트 9개, 백화점 3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수원지역은 과거 성남·안양 일부지역과 용인, 오산, 화성 상권을 아우르며 급속적인 성장을 이뤄왔으나 최근엔 다소 위축되는 모양새다. 성남 분당, 용인, 화성 등에 신도시 정착이 본격화되고 유통시설도 점차 자리를 갖춰나가면서 예전보다는 신장세가 덜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진행되고 상대적 낙후지역에 대한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띠며 대형 유통점들은 시장 수성을 위해 입지 확보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성남은 수원에 이어 도내 두 번째로 많은 31개의 대규모 유통점포가 자리한다. 주로 소비 수준이 높은 분당신도시에 집중돼 있는데 삼성플라자와 롯데백화점을 비롯 이마트(1), 롯데마트(1), 홈에버(2) 등 대형 유통점 대부분이 이 지역에 위치한다. 구시가지에는 세이브존 성남점이 아웃렛 매장으로 운영되는게 고작이다.
성남과 이웃한 용인도 신도시 개발 붐을 타고 올해 유통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은 신세계의 약진이 돋보이는 곳이다. 신세계는 이마트 죽전점을 비롯 대형 마트 5개를 운영중이며 오는 3~4월께 복합쇼핑몰로 거듭날 죽전 신세계백화점도 개장을 앞두고 있다. 덧붙여 신세계는 올해 용인 인근지역인 여주에 명품할인점 '첼시 아울렛' 1호점을 선보일 계획이어서 새로운 유통 형태에 대한 시험대로 소비자는 물론 유통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내 시장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안산과 고양, 안양을 빼놓을 수 없다. 각각 27, 24, 23개의 대규모 유통 점포가 경쟁중인데 이중에서도 고양은 경기북부내 가장 접전지로 꼽힌다. 월마트(2), 롯데마트(2), 홈에버(1), 뉴코아아울렛(1) 등 6개 대형마트가 시장 쟁탈전을 벌이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북부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 순탄치 않은 향후 시장=시장 확대를 꾀하는 대형 유통점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수도권내 땅값이 오를대로 올라 지역내 부지 확보도 쉽지않은데다 입점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지역내 재래시장 및 중소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 조만간 광명점 개장을 앞두고 내부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마트는 주변 광명시장 상인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안양에 대형 유통점을 개설하려다 인근 안양농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업체들은 적게는 20여곳에서 많게는 40여곳까지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장소에 대해서는 대부분 철저하게 함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윤희기자·flyhigh@kyeongin.com
◆인천
인천지역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은 현재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270여만명 지역 인구에 대형 할인점 19개와 아웃렛을 포함한 백화점 6개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고르게 퍼져있다. 특히 할인점의 경우 인천은 15만명에 1개꼴로 분포 돼 있어 보통 대형 할인점의 입점 여건인 20만명을 놓고 볼 때 이미 포화 상태를 넘은 수준이다.
백화점의 경우는 인천 구월상권을 중심으로 반경 500m안에 신세계, 롯데, 뉴코아 등 메이저 백화점이 몰려있다. 백화점도 대형 할인점과 상황이 비슷해 이미 지역내에 새로운 백화점이 들어서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유통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백화점, 몸집불리기만이 살길이다=2007년 인천지역 백화점의 가장 큰 이슈는 신세계 인천점의 증축이다. 연매출 5천억원을 자랑하는 신세계 인천점은 전국 신세계 점포 중 강남점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고 전국 단일점포 백화점 매출 6위를 기록하는 초우량 점포다.
이런 신세계 인천점은 올 하반기 현 건물에 4천500평 규모의 공간을 더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문을 닫은 신세계 미아점이 3천500평 규모인 것을 놓고 볼 때 웬만한 백화점 1개가 더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경쟁사인 롯데백화점 인천점도 증축을 통해 롯데시네마(11개관)를 입점 시킨다는 전략이다. 매출은 신세계 인천점의 절반 수준으로 열세지만 신세계 인천점의 확장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롯데측의 입장이다.
■ 구월 상권을 놓칠 수 없는 백화점들=이렇게 메이저 백화점들이 건물 증축을 통한 확장 경쟁을 벌이는 것은 현재 이들 백화점이 입점해 있는 구월상권이 현재보다 그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근 소래 논현지구에 2009년까지 2천690가구(2만5천여명)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며 구월주공 재건축 아파트 8천여가구가 올 7월 입주 예정으로 있어 이들이 모두 구월 상권으로 몰릴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 대형 할인마트, 현재 위치를 사수하라=현재 인천지역에는 19개의 할인마트가 각 지역 상권마다 고르게 분포 돼 있다. 2007년 상반기 완공 목표로 롯데마트가 삼산동에 짓고있는 할인점을 빼면 올 한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할인점 빅3들은 지역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신도시로 확정된 검단에는 이마트 검단점이 들어서 있어 우위를 차지한 상태며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부평 산곡동에 있는 옛 한화마트를 인수해 롯데마트 부평점을 개점한 상태다. 홈플러스의 경우 전국 15개 점포를 새로 오픈한다는 예정이지만 인천지역에는 더 이상 새로운 지점을 내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 할인점들은 각 상권에서 기존의 자리를 고수하며 안정적인 경영을 해 나간다는 것이 올 한해의 목표다.
/김명호기자·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