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역동적인 도시다.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과 맞물려 시내 곳곳에서는 구도심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향후 '2009년 인천세계도시엑스포'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잇따라 인천서 열릴 예정이다.
초고층 빌딩 주변 뒷골목에는 그늘이 생기게 마련이다. 인천의 청사진은 장기적으로 도시의 가치와 시민의 자부심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인천이 '세계 일류 명품도시'를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갈수록 '빛과 그림자'는 명확해 질 것이다. 서민들은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를 보고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경인일보가 이번에 마련한 좌담회가 송도국제도시의 부동산문제에 대한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고분양가에 높은 프리미엄(웃돈), 주택·대학용지 과다공급 논란 등으로 뜨거운 송도국제도시의 부동산문제를 풀고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패널명단
신문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개발국장)
장금석 (평화와 참여로 가는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종기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경영심의관)
조용경 (NSC(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 사장 겸 포스코 부사장)
최정철 (인천경실련 정책위원장)
사회 : 김민배 인하대 교수
-사회자=송도국제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이 원래 모습과 다르게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또 송도국제도시에 아파트와 상가가 과잉 공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의 원인과 이런 현상이 주는 긍정적·부정적 효과는 무엇인가.
▲장금석 사무처장=인천도시철도 1호선 연장, 송도국제학교·병원 유치 등 외부적인 여건으로 인해 송도국제도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는 일단 NSC(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다. 인천도개공이 공급한 아파트의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다. NSC와 인천도개공이 외국자본의 유입보다는 부동산 건설을 통한 '투기시장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안상수 시장의 시정마인드에 큰 원인이 있다. 안 시장은 마치 고분양가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중산층 이상의 사람을 인천으로 끌어들이고, 이로 인해 소비가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서민들이 안 시장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조용경 NSC사장=대책을 세워야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인천 전체의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인천 아파트값이 고공행진하는 이유를 근원적으로 봐야 한다. IMF 이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일어난 건설붐이 2002년까지 계속됐다. 인천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이면서도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최근 안 시장이 세운 전략 등으로 인해 '인천도 발전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이런 과정 속에서 전국적인 상승흐름에 인천이 함께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송도·청라·영종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시가 비전을 제시하면서 외부심리가 가격상승을 부추겼다. 물론 사업시행자가 중대형 평형 중심의 공급 전략을 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파트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전략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정책이나 시책이 당초 목적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당 부분 부동산 투기가 일어난 점은 있다.
-사회자=고분양가가 인천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닌 것 같으나 국민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전략이나 비전이 가시화되지 않고 오로지 아파트만 짓는다고 지역사회는 보고있다. 최정철 정책위원장과 신문식 개발국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정철 정책위원장=고 분양가는 거시적으로 국민소득의 상승측면과 함께 인천의 미래가치와 맞물려 있다. 10년 이후로 볼때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욕구에서는 중·대형 평형대를 원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는 데 이는 고소득자가 원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데 기인한다. 송도국제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이라도 몰릴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지녔다. 아쉬운 점은 송도의 경우 순서가 바뀌었고, 민간과 공기업의 역할이 혼동됐다. 경제자유구역은 생산이 70~80% 점유하고 이후에 택지가 조성돼야 했다. 더욱이 택지는 장기임대 방식으로 추진돼야 했다. 현재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문식 개발국장=본말이 전도됐다는 얘기가 있다.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베드타운'을 만들면 안 된다. 자족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자족도시를 만드는 순서는 기업이 먼저 들어오고 주거가 따라오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론상의 얘기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주거환경이 갖춰져야 여기서 직장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송도국제도시의 역사를 보면 초기단계에서 주거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고,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상 주거시설을 짚어보면 몇 군데 되지 않는다. 포스코건설 등은 주택사업 외에 송도국제학교·송도컨벤시아·중앙공원 조성 등의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부분은 부각이 안 되고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거만 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가격면에서 보면 송도국제도시가 틀림없이 기존 아파트값보다 고분양가인 것은 맞다. 하지만 송도 아파트값이 실제 고가인 지, 거품인 지, 시장의 가치를 반영한 것인 지 등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자=인천도개공은 과도한 개발이익이 민간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고, 수익을 구도심에 투입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실제 아파트 분양사업을 벌이고 있는 인천도개공과 NSC의 입장은.
▲김종기 경영심의관=세 번째 분양을 했다. 그 때마다 많은 지탄을 받고 여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아쉽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대한주택공사가 지어왔던 서민아파트만 짓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천의 특성과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송도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이렇게 가격이 오를 지 몰랐다. 송도에 짓는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차별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소외된 계층을 위한 사업도 벌이지만 특화된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 또한 지방공기업의 역할이다. 특화된 자재와 시공·환경 등을 맞추다보니 분양가가 올라갔다.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면 소수(최초 입주자)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 시장원리에 맞게 형성된 가격에 맞췄다. 인천도개공은 연희동·경서동에 임대주택을 건설 중이거나 조성예정이다. 이런 부분이 가시화되기 전에 송도 분양이 이뤄져 지탄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조 NSC사장=NSC가 하는 것은 아파트사업이 아닌 국제도시사업이다. 포스코는 민간기업이나 공기업적 성격이 강하다. 오랜 세월 고민을 하다가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천시를 대신해서 투입하는 자본은 1조원에 달한다. 일부 무상으로 토지를 받았고 여기서 개발되는 일부 시설들은 시의 발전 차원에서 돌려준다. 아파트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 상당 부분을 이 곳에 투입하고 있다. 수익보다는 적자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홍콩·두바이 등 국제적 수준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여기에 따르다 보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정부도 과다한 이익발생에 대해 감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인천시·인천경제청 등이 '합동사업성 검토단'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하도록 돼 있다. 현재 지난해에 사업한 것을 인천경제청에 제출하기 위해 자료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사회자=시민사회단체의 입장에서는 투명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시민 등에 투명함을 보이고 잘못 알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적극 알려야 한다. 전국적으로 분양 정보를 공개하는 추세에서 이해와 신뢰의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
▲장 사무처장=인천시와 중앙정부가 NSC의 순이익에 대해 알고 있는 지 모르겠다. NSC는 조성원가와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면 조단위가 넘어가는 이익이 있었을 것이다. 포스코의 행태를 보고 누가 포스코를 공기업 요소가 있다고 보겠나. 시민의 기대와 달리 뚜렷한 투자유치 실적은 없고, 아파트사업으로 돈을 마련해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면 어느 누구에게 사업권을 줘도 할 수 있다.
▲최 정책위원장=NSC(시행사)와 포스코(시공사)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NSC가 이윤을 얻으면 어느 정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환원되는 것 같다. 그러나 포스코의 이윤은 또다른 적절한 방법이 아닌 이상 인천의 인프라에 투자되지 않는다. 포스코가 적정한 개발이익을 갖는 것은 찬성한다. 그러나 조치가 없으면 절대로 환원되지 않는다. 분양가심사위원회와 분양가 공개를 원하는 것은 이것을 식별하자는 것이다. 인천도개공은 공기업으로서 분양원가를 공개, 간접적인 견제를 해야 하는 임무를 소홀히 했다. 인천의 개발모델은 인천국제공항이 핵심에 있고 그 주변이 1~3차 원심의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다. 1차 원심에 해당하는 부분을 항만과 자유무역지역에 집중하면서 인천도개공은 2~3차 원심(검단·강화·구도심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
-사회자=시민단체에서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 고분양가 등 수익구조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부동산 침체로 이어지면 다른 사업에도 영향이 있는 것 아닌가. 또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점은 왜 송도에 주상복합아파트를 많이 짓는가.
▲신 개발국장=현재까지 송도국제도시의 주거용지 상당수가 업무용지 등으로 변경됐다. 남아 있는 주거용지 자체도 또다시 변경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할 것인 지는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현재 계획돼 있는 주거용지는 용도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다. 송도의 주거용지 비율은 약 13%로 일반 신도시(20% 이상)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인천경제청도 송도가 주거단지화되는 것을 당연히 원하지 않고 있다.
▲조 NSC사장=당초 시가 정해준 인구 기준, 용도에 따라 추진하다 보니 기존 주택지역에 대해서 6만5천명을 전부 수용할 수 없어 상업용지 일부에 주상복합을 짓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주상복합을 지으면 이익이 많이 남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거와 상업의 비율이 90대 10이면 무리없이 끌고 갈 수 있으나 70대 30이면 부담스럽고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수익을 목표로 주상복합을 짓는 것은 아니다. 용도에 맞추다 보니 주상복합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건설사로는 대단히 리스크가 크다.
-사회자=장시간 토론이 뜨거웠다. 마무리 발언 부탁한다.
▲최 정책위원장=송도를 특수화시키지 말고 일반화시켜야 한다. 송도에 집중하면 청라·영종 등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영종에도 송도와 마찬가지로 생산 부분을 소홀히 다루는 문제가 있다. 인천경제청과 인천도개공이 장기임대방식으로 산업단지를 공급한다면 시민단체가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장 사무처장=송도는 많은 우려와 기대를 갖고 있다. 안 시장이 말하는 명품도시의 질을 결정하는 게 송도일 것이다. 송도가 애초의 취지에 맞게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됐으면 좋겠다. 주거와 레저기능에 치우치지 않고 몇 개 건설사에게만 이익을 준다는 우려가 종식됐으면 한다.
▲조 NSC사장=이제 외투기업이 송도에 들어올 단계다. 2010년까지 20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고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은 좀 그렇다. 좀 길게 봐 달라.
▲신 개발국장=송도에 대한 쓴소리가 많다는 것은 관심이 많고 잘 되기를 바란다고 볼수 있다. 실망스럽지 않은 송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