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돈 (이천시장)
청와대와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해년 새해를 전국민과 더불어 희망 가득찬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지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통탄의 비보로 이천시민은 물론 하이닉스반도체를 아끼는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계 최강의 IT나라라는 명성속에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돼온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증설을 정부에서 부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본인은 물론 이천시민 모두가 울분을 토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1999년 10월 정부의 강압적인 LG반도체와 빅딜로 15조8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계속되는 반도체경기의 불황으로 2001년 10월 워크아웃(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에 까지 이르러 한국경제는 물론 이천경제가 동반침체되는 상황에 봉착된 전례가 있었다. 당시 경기도민과 이천시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섰고, 2005년 7월12일 1년6개월을 앞서 워크아웃 조기졸업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이닉스는 세계반도체시장 9위, D램시장에서 미국 마이크론사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고, 연매출액 9조원대를 육박하는 등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닉스는 대한민국의 기업이며 세계적인 기업이다. 2010년까지 세계반도체 3위를 목표로 13조5천억원을 투자, 6천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증설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반도체산업은 첨단기술력이 요구되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극히 짧아 국내외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속도가 생존여건인 산업이다.

이러한 특수성에 비춰 볼때 하이닉스 이천공장에 12인치 생산라인이 가동중에 있고, 필요한 기반시설(전력·수도·연구시설) 및 연구인력(1천700명)이 확보돼 있어, 청주공장을 증설할 경우 단기조성기간만 3~4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천이 공장증설의 최적지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2007년 반도체시장의 최대이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로운 운영체제로 '윈도 비스타'다. 윈도 비스타의 출시는 메모리반도체시장 10%이상의 성장과 6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매출증가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현실속에서도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환경관련 법령, 국가균형발전을 빌미로 증설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증명된 구리사용이라는 터무니 없는 명분으로 증설을 반대하고 있다.

이천시는 청와대·중앙부처·국회 등 관계부처를 30회 방문, 공장증설 타당성을 설명했고, 지난 1월11일에는 1만5천여명의 시민과 함께 공장증설허용을 강력히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경제가 불안하다면서 투자대책이나 망가진 경제를 희망으로 되돌릴 정도(正道)를 외면하면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은 없을 것이다.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기업도, 나라도, 희망도 없어진다.

글로벌경쟁시대의 선점요인인 국가기간 기업 하이닉스증설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타 대기업의 해외유출이 가속화돼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의 도래를 스스로 차단함은 물론 주변 경쟁국가에도 뒤처지는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작금의 현실을 이용해 정쟁도 정책적 비판도 원치 않는다. 다만, 현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국민이 호소하는 말이 치인설몽(痴人說夢)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 병 돈(이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