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호 (논설위원)
우리네 서민들에게는 요즘처럼 힘든 세상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경기불황이 서민들 삶을 옥죄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냥 노는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 백수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소득은 줄고 체감 물가는 천정부지이다. 계층간 양극화 심화로 상대적 박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는 말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서민들을 속타게 하는 것은 특히 물가 오름세이다. 연초부터 버스, 지하철, 철도 등 공공요금을 필두로 밀가루, 소주, 오렌지주스 가격이 대폭 오르거나 인상을 대기하고 있다. 그것도 최고 10%이상씩 오르는 것도 많다. 뒤따라 학원비, 중·고 수업료, 대학 등록금 등과 각종 사회보험료도 덩달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자꾸 오른다고 서민들의 근로 임금이 인상되는 것은 분명 아닐텐데도 말이다. 오히려 소득은 줄거나 제자리 걸음할 가능성은 더 크다.

문제는 서민들의 근심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은 세금 폭탄을, 재산이라고는 달랑 집한채인 한가구 집주인들은 집값 폭락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어렵사리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이들은 금리 인상으로 곤란을 겪고 있으며 집없는 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집값은 이미 천정부지로 올라있어 혼자 힘으로 집장만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디 한군데 마음 편한 구석이 없을 정도이다.

여기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서민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내수경기, 다시 말하면 서민경제는 찬바람이 쌩쌩이다. 오죽했으면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금년 경제를 임갈굴정(臨渴掘井)이란 사자성어를 사용하면서 경고했겠는가. 임갈굴정은 목이 마른 뒤에야 우물을 파는 것처럼 위기가 닥친 후에야 비로소 서두르는 상황을 경고하는 의미이다.

현 경제상황과 비교하면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가계는 소득이 줄고 있는데 빚이 사상 최대인 560조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서민가계는 원리금 상환에다 세금과 사교육비 대느라 소비여력이 없다. 이는 내수침체의 원인이고, 부동산거품 붕괴와 맞물릴 경우 가계발 금융위기가 우려될 정도다. 서민들은 외환위기이후 10년이란 힘든 세월을 보냈는데 아직 불황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으니 짜증만 증폭된다 하겠다.

우리의 실 상황은 이같이 참담하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 우리 주변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생 돈을 모아 마련한 집이 강남의 아파트 한 평 값에도 못 미친다는 서민들의 불평이다.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마흔 줄을 넘기지 못하고 쫓겨난 중년 가장들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다. 대학을 나오고도 나이 서른이 넘도록 취직조차 못하고 있는 청년들과 만성적자에 시달려온 중소기업인들의 한숨은 땅이 꺼진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무능을 질타하는 데는 모두가 한목소리다. 마치 난파선 선장을 바라보는 승객들처럼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책임 있는 정·관계의 위정자들은 꿈쩍 안한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말로는 잘 챙기고 있으며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항변한다. 무엇이 잘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이런 말에 염증이 날 정도이다. 정치권은 대선에만 올인하고 경제는 뒷전이다. 여당은 새판 짜기에 열을 올리고 야당은 경선준비에 여념이 없다. 경제와 서민들의 삶은 누가 챙길 것인지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이제 우리 서민들은 어찌 하란 말인가. 누구를 의지하고 기대야 하는지 이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서민들의 바람은 단순하다. 요약하면 일거리가 풍부하고 물가안정 등 서민들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나라를 일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가 무엇인가. 국민의 복리 증진과 안정된 삶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게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위정자들은 대오 각성해 서민들이 꿈꾸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송 인 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