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은 사립이 1989년부터, 국립은 2003년부터 정부통제에서 벗어났다. 교육도 산업이라고 떠드는가 했더니 등록금 1만달러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미국보다 아직도 낮다고 말할지 모른다. 비교에 앞서 국민소득과 장학혜택을 고려해야 한다. 교육품질도 생각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는 세계 100대 대학서열에 끼는 대학이 없으니 하는 말이다.
지난해 사립대학 등록금 평균인상률은 6.9%로 물가상승률보다 2배이상 높다. 그런데 올해는 10% 가까이 인상할 듯하다. 국립대학은 두 자릿수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대가 신입생 등록금을 12.7% 올리기로 결정했다. 전북대와 부경대는 무려 29.4%와 28%를 각각 인상할 계획이다. 적지 않은 사립대의 이공계·예체능계 신입생 등록금이 1천만원에 육박할 듯하다. 지난해 연간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포천중문의대 의학계열로 1천55만2천원이었다. 달러로 환산하면 1만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등록금 못지 않게 교재비·교통비에다 지방출신이라면 숙식비가 들어간다. 한 통계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2005년 월평균 임금은 233만3천원이다. 몽땅 털어넣어야 대학생 자녀를 뒷바라지할 판이다. 그 까닭에 많은 학생들이 등록과 휴학을 되풀이 하다 겨우 대학문을 나선다. 한해는 공부하고 한해는 잡일로 돈을 벌어 학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작년 2월 현재 146개 사립대학의 적립금이 4조9천305억원이나 된다. 이름난 대학은 적립금이 수천억원 수준이다. 대학은 지금 공사중이라고 말할 만큼 거의 모든 대학이 건물을 짓고 있다. 그런데 대학은 돈이 없다고 말하고 재단은 지원에 인색하다. 재단전입금이 대학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8.5%에 불과했다. 1%미만이 72곳이나 된다. 대학운영을 주로 등록금에 의존하니 해마다 올리기에 바쁘다.
교육인적자원부 웹사이트는 "능력과 의욕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는 교육복지국가"라고 자랑한다. 교육비를 수혜자 부담원칙에 따라 개인에게 떠맡기면서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다. 과도한 등록금 인상에 대한 정책지도도 없다. 지난해 2학기 대학생의 14.4%가 학자금 융자혜택을 받았다. 영국의 81%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나마 이자율이 일반대출과 비슷한 6.59~7%이니 혜택이랄 것도 없다.
볼보효과(Volvo effect)라는 말이 있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대학진학과 연관성이 깊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한때 볼보승용차가 부의 상징처럼 여겨진 적이 있다. 볼보를 탈만큼 돈 많은 부모의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는 소리다. 그 나라를 열심히 따라 가더니 이 나라도 그 꼴이 됐다.
작년 8월 KDI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소재 대학 진학자의 부모소득은 월평균 246만원이나 지방대는 189만원이었다. 전문대는 146만원이고 미진학자는 131만원이다. 소득수준이 대학진학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또 부모의 소득과 함께 학력이 높을수록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가계부채가 558조8천100억원으로 1997년 IMF 사태 직전에 비해 3배나 늘어났다.
이런 현실에서 등록금의 수직인상은 저소득층의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다. 빈곤세습이 학력세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양극화 해소를 통한 사회통합이 가능하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충하고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부존자원은 없고 인적자원만 있는 나라에서는 교육기회의 확충만이 살길이다.
/김 영 호(시사평론가·언론광장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