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의 M&A는 현실적인 문제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수 부족사태가 첫번째 이유다. 철도대학이 넘어가면 전국의 대학수는 총 354개(대학교 202개)다. 이는 1990년대 수험생이 백만명 시대의 숫자다. 대학수는 그대로인데, 올 수험생은 58만명이다. 일부 지방대학은 정원을 절반도 못 채우고, 다수의 지방대도 미달사태에 직면해 있다. 교육시장의 글로벌화에다, 학생수 부족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돼 그런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환경은 개선될 기미가 없어 대학의 인수합병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 대학의 M&A는 세계대학가의 '월드 이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대학의 거래를 처음 시작한 곳은 미국이다. 4천개가 넘는 대학이 인수합병 형식을 빌려 3천여개로 줄었고, 종합대학도 570개가 475개로 통폐합됐다. 300개나 넘던 여자대학이 60개대학으로 감소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인수합병 또는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미국의 대학사회는 시대변화에 맞춰 변화하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을 '진리'처럼 생각하고 있어 그것이 활발하다. 세계 대학의 천년역사가 그것을 방증한다.
중국도 1970년대 중반부터 통폐합을 시작해 3천개의 대학이 1천650개로 줄어들었다. 지금 대학통폐합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일본이다. 2003년 국·공립을 중심으로 68개가 통폐합되거나 진행 중에 있다. 바람은 사립대로 번져 통폐합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외형은 학생수 부족이지만, 속내는 대학교육시스템 선진화다. 대학도 경제발전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 안된다는 앨빈 토플러의 경고를 실천하는 양상이다.
우리 대학사회도 강력한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정부가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이런 분위기로 2020년도까지 간다면 그 시나리오는 참담하다. 통계청자료는 수험생이 46만명까지 떨어진다고 하고, 교육전문가들은 43만명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46만명으로 쳐도 한 학교당 신입생은 1천300명이다. 잘 나가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학이 경영난에 봉착하거나 폐교대란에 노출될 게 뻔하다.
현 시점에서 개선책은 없는가. 먼저 국·공립대가 선봉에 서야 한다. 국·공립대는 학생이 부족해도 국가에서 지원해 주니까, 아직 쓴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들도 학생이 부족하고 경쟁력이 없으면 통폐합을 피해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국·공립대는 정부마음대로 처리하고, 사립대만 법으로 똘똘 묶어 놓는다면 그건 안된다. 모든 대학이 자율적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적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을 감싸고 있는 공동체는 선비적 문제의식과 장사꾼적인 현실감각을 가지고 주의깊게 사태를 관찰해야 한다. 대학발전이 곧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원동력이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안내하는 결정체라는 선비적 철학이 그것이다. 이미 대학은 국제경쟁사회에 내팽개쳐 졌고, 일단 넘어지면 철저하게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될 수밖에 없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상인적 감각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대학이 죽는다고 해도 정부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대학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 상 우(경원학원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