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도 '공사중'이다. 원래의 위치로 옮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차제에 현판도 바꿔야 한다며 논란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거창하게 제까지 올리면서 내세운 명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과연 막대한 예산을 써가면서 강행해야만 하는 일일까. 경복궁 창건 당시 문이 있던 자리에 표석이라도 하나 세워 후세가 바로 알도록 하면 되는 일이 아닐까. 문 하나를 옮겨짓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뿐 아니라, 그로인해 도로의 흐름이 달라지고 주변의 도시계획도 바뀔 수밖에 없다. 옛것을 되찾자는 마음을 누가 모르랴. 하지만 그 '옛것'이 '지금 여기'의 삶을 끊임없이 간섭하는 현상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모든 것을 원래 자리에 원래 모습대로 돌려놓자고 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가능한 일도 아니려니와 꼭 옳은 일도 아니다. 지난주에는 남쪽으로 여행을 떠난 김에 호남지방의 유명한 한 사찰에 들러보았다. 매표소를 지나 10분남짓 걸어가는 진입로 오른쪽을 펜스로 가려놓고 공사가 한창이었다. 자랑스럽게 써놓은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생태숲 조성공사'였다. 사전적으로 '생태'란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며 '생태계'란 '생물과 그 생물을 둘러싼 환경'을 말한다. 우리는 그 '생태'와 '생태계'마저도 공사로 '조성' 해 버린다. 공사 부지가 돼버린 그 자리에는 조촐한 과수원도 있고 실개천도 있어서 찾을 때마다 한갓진 오솔길의 정취를 느끼곤 했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하나의 '생태계'다. 그 '생태계'를 깔아뭉개고 새로운 '생태계'를 크고 모양좋게, 심하게 말하자면 돈이 될 수 있게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면 멀리 갈 것도 없다. 내가 사는 신도시에는 해발 200m쯤 되는 작은 산이 하나 있어 가끔 산책을 나가곤 하는데 요즘 그 산을 둘러싸고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만들고 있다. 산책로의 출발점으로 삼던 야산자락이 뭉텅뭉텅 잘려나가는 모양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애써 이해를 하려고 했다. 어쩌겠는가. 서민이 들어가 살 싼집을 많이 짓겠다는 데야…. 그런데 야산을 깎아낸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단지에 딸린 공원이었다. 잔디를 깔고 나무와 바위를 가져다놓고 정자를 올려서 어디서나 흔히 보는 녹지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는 알지 못한다. 자연 그대로인 야산보다 돈을 들인 인공녹지가 왜, 얼마나 좋은지. 세월이 흐른 뒤 또 누군가는 옛 야산을 복원해야 한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한편에서는 '옛것'을 되찾아야 한다며 때려부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뭉개버리고…. 우리의 '지금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심하게는 부당하기까지 하다는 말인가. 어쩌면 우리는 지금 범국민적으로 또다른 '새마을운동'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잊지 말라. '지금 것'들도 예전에는 '새것'이었으며 언젠가는 '옛것'이 된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우리에게는 '지금 것'이 가장 소중하다. '지금'이 우리의 시대고 우리의 '생태계'다.
/고 원 정(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