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기 (성남은행초등학교 교장)
조기유학 절차와 규정에 관한 상담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조기유학 자유화 정책이후 해외유학 열기가 가히 패닉현상이다. 유학생 수와 경비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실시한 '2006년 경기도민 생활수준 및 의식구조조사' 결과에 의하면 42%가 자녀를 조기유학 보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은 국민 대다수가 유학에 대한 강박관념과 필수 과정처럼 인식된 성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조기유학생 52%가 "조기유학을 권할 생각이 없다"는 보도를 보고 유학은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그 부작용과 역기능은 커지고 있다고 본다. 남이 유학가니까 불안하고 남들보다 앞서야 되겠다는 생각에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 유학을 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 변화에 뒤진 공교육, 일관성 없는 입시위주의 교육제도, 인재를 끌어내리는 하향평준화교육,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 수십년 영어교육을 받지만 의사소통 능력 부진 등 학부모들을 만족시킬 교육인프라가 없고 국가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400여개의 대학이 있다. 이중에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학은 서울대와 고려대(영국 더타임스의 200대 대학 포함 학교)밖에 없는지? 과연 우리나라 최고 학부 인재들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없는지? 이유없이 놀고있는 대한민국 남자가 100만명(통계청 자료)이 넘는다는 통계숫자는 내 자식이 행여 이런 백수(?)에 포함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때문에 한국교육에 절망하고 유학을 떠나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아베총리는 야심찬 교육개혁을 앞세워 '교사면허 갱신제도'를 마련, 부적격 교사를 이미 400명 퇴출시켰고 신규교사 20%는 외국인과 타직종 출신자로 충원하며 학교를 외부에서 평가하고 검사하는 '교육수준 보장기관'을 신설하였다. '교육재생회의'를 통한 학생지도 수단으로 집단 따돌림 주동자를 정학시킬 수 있고 체벌도 허용하며 토요일 수업을 부활하는 등 우수교사에게는 성과급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강한 학생, 강한 국민, 강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는 이른바 브레인 파워 각축장이다. 특히 21세기 국부(國富)경쟁의 승리는 '최고 인재' 확보에서 결정된다는 판단아래 친디아(중국, 인도)의 유학두뇌 유치전쟁은 남의 일로 볼 때가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인 박사 74%는 외국에 남겠다고 하였고 국내에 들어온 두뇌들은 기회만 있으면 외국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스위스 국제경영 개발원) 보고는 충격이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비슷한 경제발전 과정, 교육요구 조건, 해외유학 등의 문제상황에서 리콴유 전수상은 교육허브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끈 국가가 되었다. 이 나라는 30년간 캠퍼스 부지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건립예산보조 운영 연구비의 50%를 지원하며, 각종 세금 면제와 재정 보증 등으로 프랑스 인시아드, MIT와튼스쿨, 에인트 호벤, 뮌헨공대등 세계굴지의 명문대학을 유치하고 해외두뇌와 우수인재 양성에 전력하여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와같이 세계명문대학을 한국형 교육허브 정책으로 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시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한다면, 위험부담을 안고 사랑하는 어린 자식과 아내를 해외로 보낼 가장이 어디 있겠는가?

글로벌 시대에 국제적 안목과 감각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좀 더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외국어 학습에 강한 의지가 있으면 '글로벌 코리언', '브레인 코리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교육의 기본이 가정을 토대로 한 대전제 아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은 특히, 아동기의 어린이는 득보다 실이 많다. 자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타국의 언어와 문화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 이같은 교육의 본질을 무시한 채 단순지식과 언어기능 습득을 위한 부모의 열망과, 어릴수록 좋다는 압박감이 미성숙한 내 아이를 외국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안 영 기(성남 은행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