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촌락에서 시작된 로마는 700년의 성장기를 거쳐 300년간 서방세계 전역을 지배한다. 종교나 삶의 방식, 정체성 등이 다른 이민족을 하나씩 정복하면서 그들은 제국의 관리 메커니즘을 정립해 나갔다.

그 핵심은 '인재 기용'과 '세제 정책'이었다. 힘으로 정복했기에 언제든지 '반란의 칼날'에 노출돼 있었던 로마는 정복 후 식민지 의 지도자들을 로마로 불러들였다. 감옥에 가두기보다는 로마 관리들과 자매결연을 하도록 했고, 자유로운 왕래를 허락함으로써 그들을 로마의 사람으로 '동화'시켰다. 그리고 유능한 인재는 로마의 관리로 발탁해 그들 나라의 정서를 대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낼 수 있는 능력 만큼 세금을 내도록 했다. 가진 것과 생산성 등에 따라 저렴하지만 차등화한 세제정책은 식민지 국민들에게 로마가 '정복자'라는 인식을 불식시켰다.

이 같은 제국 관리 메커니즘의 정책을 펼 수 있었던 바탕에는 하나의 원칙이 지켜졌는데 그것이 바로 '합리성'이었다.

만약 이 원칙이 없었다면 식민지의 유능한 인재들을 반란의 모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처단하거나 감옥에 가두었을 것이고, 로마 국민들에게 부를 나눠주기 위해 식민지 국민들을 약탈하거나 무거운 세금을 매겼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합리성을 배워야 할 때다. 세계2차대전 이전에는 힘(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련이 멸망하고 냉전시대가 종식되면서 도래된 지식기반경제시대에서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원동력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 과학기술력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순위 12위다. 최근 골드만 삭스사는 2050년에 우리나라가 국민총생산(GDP) 세계 2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아 화제가 됐었다. 골드만 삭스사가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던 분석 기준에는 우리나라가 5%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했을 때이고, 그 바탕에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인 첨단산업 발전이 계속 뒷받침됐을 때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비합리적인 경제정책을 보면 과연 골드만 삭스사가 내놓은 전망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그 단적인 예가 최근 경제계의 핫이슈로 등장한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증설 불허다.

과학적이지 못하고, 단지 외국의 법률을 그대로 베낀 수질환경보전법상 구리(Cu)배출 공정이란 이유로 우리나라 경쟁력을 이끄는 반도체 산업의 선두주자인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불허한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더구나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고,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일정정도 기준을 만들어 규제하자는 합리적 대안제시도 무시해 버리는 현 정부의 비합리적인 경제정책은 광속(光速)으로 변화하는 세계 경제 전쟁터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한다. 이제라도 로마의 합리성을 배워 세계 경제대국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유 재 명(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