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세계 노동절 101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16mm 장편 파업전야.독립영화 체온, 서울독립영화제 포스터.(사진 위에서부터)
이 세상에는 수많은 영화제가 있다. 각국의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영화 제작사와 감독, 관객들이 모여 눈만 뜨면 쏟아져나오는 영화에 대해 등급을 매기고 점수를 매겨 상을 주고 받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니스, 베를린, 도쿄국제 영화제 등 국제적인 영화제는 단순히 '그들만의 리그'라 평하기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영화산업에 미치는 그 영향력, 아니 파괴력이 상상 이상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대종상, 청룡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름만 들어도 대충 무슨 영화제인지 알 정도로 떠들썩한 영화잔치가 연중 벌어지고 있다.

이중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소박하다 못해 대중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독립영화만을 위한,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영화제가 있다. 어찌보면 독립영화도 점차 대중화되면서 독립영화를 위한 작은 영화제들이 최근들어 그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표될 수 있는 독립영화제와 국내 순수의 독립영화제를 알아보기로 하자.

1) 선댄스영화제
미국의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지나치게 상업화된 할리우드 영화로부터 영화인들의 독립적이면서 다양한 관점을 보호한다는 목적하에 개최한 영화제다. 선댄스영화제의 명칭은 조지 로이 힐 감독의 1969년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했던 선댄스 키드라는 인물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 영화제는 미국 독립영화의 예술성을 지원하고 재능있는 신인 작가와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그들의 등용문으로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영화제를 거치면서 명성을 얻은 감독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현대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거물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블러드 심플'로 영화제 첫 대상을 수상한 코엔 형제(파고,1996)를 비롯해 2001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1989), 쿠엔틴 타란티노(펄프픽션,1994), 브라이언 싱어(유주얼 서스펙트 1995), 토드 솔론즈(스토리 텔링, 2001) 등 쟁쟁하다.

이처럼 출품되는 영화를 비롯해 감독들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선댄스영화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상업성에 가까워지고 권력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 영화계에 독립영화 발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제에는 한국 영화도 꾸준히 초청돼 출품되고 있는데 지난 1996년 박철수 감독의 '301, 302'를 시작으로 2000년에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없다', 2001년 김기덕 감독의 '섬'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또 다른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 역시 몇 년 전부터 뉴욕을 근거지로 한 트라이베카 재단을 설립하고 미국 독립영화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미국 영화 뿐만아니라 아시아와 제 3세계의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를 통한 다양한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선댄스 영화제와 함께 독립영화의 산실로 일컬어지고 있다.

2)인디포럼과 서울독립영화제
지난 1996년 시작된 한국 최대의 독립영화제로 작품들의 경쟁을 통한 수상자를 가리기 위한 자리가 아닌 1년동안 제작된 독립영화의 흐름을 보여주고 한국 독립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축제다.

매년 6월에 개최되고 해마다 별도의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한해 제작된 모든 장르의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자유로운 상상력과 독창적인 표현을 시도하는 작품들에 중점을 두고 작품의 길이·장르·제작사양에 관계 없이 독립적으로 제작된 모든 독립영화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국내 독립영화계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개막작품을 상영한 뒤, 극영화·실험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영화 등 공식 상영작과 국내 초청작·해외초청작·해외영화제 초청작·인디포럼 초청작 등 특별 상영작으로 구분해 보통 열흘 일정으로 진행된다. 또한 독립영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포럼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현재 독립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인디포럼과 달리 국내에서 제작된 독립영화에 대한 경쟁 시상을 하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있다. 극, 실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독립영화의 모든 장르를 상영하고 장르의 구분 없이 단편경쟁(25분 이하), 중편경쟁(60분 미만), 장편경쟁(60분 이상) 부문으로 나눠 각 장르간 경쟁 방식을 도입한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경쟁 시상식이다. 지난 1975년 단편영화의 진흥을 위해 한국청소년영화제(1975~1988년)라는 이름으로 14회까지 치러지다 금관상 영화제, 서울단편영화제 등으로 이름이 바뀌어오다 지금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