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삶을 공유해서일까? 졸업생들의 눈가엔 어느새 이슬이 맺혀 있었다. 한명숙 국무총리의 눈도 붉게 물들었다.
"뒤늦게 공부를 해보겠다고 밤낮으로 졸린 눈을 비비며 수업을 들어보지만 다음 시간이 되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세월은 우리들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우리들의 열정까지 시들게 하지는 못합니다."
14일 오후 2시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성인반 졸업식(중 5회·고 26회)에선 이처럼 만학도들이 겪어온 좌절과 설움, 희망 그리고 마침내 꿈을 이룬 승리의 삶이 투영되고 있었다. 72세로 최고령자임에도 제일 먼저 등교해 화분에 물을 주고 칠판을 정리하던 '큰언니' 사분옥씨, 수시로 찾아오는 하반신 마비 증상으로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내 졸업장을 거머쥔 베트남전 참전용사 차태식씨, 밤 7시부터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결석 한번 없었던 권모(54·여)씨 등 인간승리의 주역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골수 이식을 앞두고 있는 김영복(51)씨의 마음도 입원실이 아닌 졸업식장에 와 있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위해 뒤늦게 배움의 길을 택했던 손영자(57·여)씨는 올해 성덕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진학, 새내기 대학생으로서 만학의 꿈을 이어가게 됐다. 학교생활 내내 1, 2등을 놓치지 않았던 서제경(50)씨는 "학교에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며 떠나간 엄마의 유언이 생각난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인간승리의 주인공은 졸업생들 뿐만이 아니었다. 윤국진 교장도 낮에는 구두닦기, 밤에는 껌을 팔면서도 배움의 꿈을 접지 않았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졸업생들의 편지에 감명받아 열일 제쳐두고 달려온 한명숙 총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졸업식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984년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불우 청소년들의 작은 보금자리로 출발한 남인천중·고등학교는 이날 졸업식으로 지금까지 6천500여명의 건실한 사회인을 배출하고 이중 600여명을 대학에 합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