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주거지로 떠오른 골프장 주변=과거에는 골프장 개발업자가 집이 없는 한적한 시골땅을 찾아 나섰다면 지금은 반대로 택지개발업자들이 골프장 주변지역을 탐색하고 있다.
수십만평에 달하는 골프장이 웬만한 도심 공원보다 훨씬 쾌적하고 근사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골프장이 산을 끼고 있어 자연스럽게 산책로와 연결되는 것도 골프장 주변지역의 매력이다.
최근 골프장 주변지역에 콘도 건설 등이 성행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서울대 지리학과 김인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골프장의 자투리땅에 전원주택을 짓자는 독특한 제안을 하고 있다. 30만~50만평에 이르는 골프장들이 대부분 사업장 부지안에 많은 유휴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그 남는 공간을 활용할 경우 수도권 골프장에만 최소 1만4천세대의 전원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이미 개발된 골프장안에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문제가 생기지 않고 거주자에게는 최적의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을 따로, 골프장 따로=우선 기존 주택단지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10~30년전 이미 조성된 골프장 옆으로 택지가 개발된 것이어서 흔히 떠올리는 골프장과 주민과의 마찰은 거의 없다. 또 아파트단지의 출입구와 골프장 진출입로가 분리돼 있다보니 골프장 내장객과 주민의 접촉도 없다.
골프장은 기존 방식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고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골프장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수원CC와 이웃한 용인 신갈지구 S아파트 5단지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자(57)씨는 "골프장 경계를 따라 난 산책로는 주민들에게 아주 친숙한 공간"이라며 "비록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푸른 녹지가 주는 평화로움과 깨끗한 공기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또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대한 위험성도 느껴본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아파트 단지내에 다람쥐와 산토끼가 뛰어들어 놀랄때가 많다"고 말했다.
골프장 관계자도 "아파트 주민들이 제기하는 민원도 거의 없다"면서 "회원들이 골프를 치는데 방해만되지 않는다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전한 독점성, 위화감 조성도=한 아파트 단지내에서도 골프장을 볼수 있는 동과 그렇지 못한 동이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골프장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은 골퍼와 조망권을 갖고 있는 일부 아파트 주민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
골프장이 일반적인 공원이나 자연녹지와 달리 마을과의 공간적 경계구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안쪽에 위치해 골프장 조망권이 없는 아파트의 한 주민은 "조망권 하나 때문에 같은 집인데도 수억원씩 집값이 차이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또다른 주민은 "골프를 칠 수 있는 사람도, 그리고 골프장 조망권을 가질 수 있는 사람도 모두 일반적인 서민들보다 생활수준이 높은 부류가 아니겠냐"면서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