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그의 가족뿐 아니라 동료, 팬들의 가슴에는 영원히 맑은 웃음으로 기억되고 있다.

   2005년 2월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연예계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던 배우 이은주의 2주기 추모식이 22일 오후 7시 서울 CGV용산 아이맥스관에서 열렸다.

   그가 세상에 없어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고(故) 이은주의 팬클럽과 그의 생전 소속사 나무엑터스 등이 마련한 행사다. 이 자리에는 이은주의 어머니 최순향 씨를 비롯해 그의 유작이 된 '주홍글씨'에 함께 출연했던 한석규ㆍ엄지원을 비롯해 나무엑터스 소속 김태희ㆍ김주혁ㆍ김민정, 그리고 김소연ㆍ김효진, 친한 친구 바다 등이 참석했으며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도 잊지 않고 찾았다.

   이규한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노래와 영상이 아이맥스관의 큰 스크린을 채웠다. 이은주의 목소리가 담긴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인 '이은주 Only One' 음반과 뮤직비디오가 첫선을 보인 것.

   '주홍글씨'에서 이은주가 부른 'Only When I Sleep'이 신인 가수 김태훈의 목소리와 어우러졌다. 컴퓨터그래픽과 사운드 믹싱 기술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노래와 영상은 마치 이은주가 살아서 듀엣곡을 부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객석에선 가벼운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 속 이은주의 노래와 미공개 음성 등을 복각해 만들어낸 이 노래는 아일랜드풍의 켈틱 사운드로 편곡된 곡. 뮤직비디오는 이은주가 영화 속에서 노래부르는 장면과 김태훈의 영상을 합성해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부른 듯한 느낌을 줬다.
이어 이은주의 대표작과 생전 찍은 사진이 한 편의 영상으로 등장할 때 엄지원, 김민정 등을 비롯한 동료 배우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유준상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소개한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은 이은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실렸던 곡이다.

   김대승 감독은 추도사에서 "난생 처음 감독을 했던 '번지점프를 하다'로 처음 만난 배우가 이은주였다"고 소개한 후 "정말 떨리고 초조했는데 이은주가 오래 전부터 만나온 사람처럼 먼저 말을 걸어오고 웃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은주의 죽음으로 시작해 최근 잇달아 벌어진 연예계 스타들의 자살을 염두에 둔 듯 그는 "스타들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슬픔을 달래주고 함께 아파해주는 존재들인데 정작 스타들의 외로움을 우리는 짐작하지 못하며 은주의 마음도 짐작하지 못했다"며 "같이 세월을 쌓아가면서 든든한 동지가 돼주는 스타들을 우리가 든든히 받쳐줬으면 하고, 오늘이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팬클럽 '은주 사랑' 회원인 민경준 씨의 추도사에 이어 이날 사회를 맡은 이규한이 소다와 함께 이번 앨범에 수록한 '노을'을 현악 4중주단의 반주로 들려줬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은주 사랑' 팬클럽 회장 김기현(25) 씨는 이은주의 단국대 연극영화과 후배로 함께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2001년 팬클럽에 가입한 이후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누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었다. 졸업식 날 학사모를 서로 씌워줬고, 졸업장을 갖다주기 위해 만나기로 했는데 홀로 떠나버렸다"고 이은주를 기억한 뒤 "아직까지 누나의 죽음을 못믿겠지만 이은주라는 이름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게 추모사업회가 하루빨리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며, 누나 이름으로 봉사활동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2부에서는 8만여 팬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보고 싶은 이은주의 출연작으로 꼽힌 '연애소설'이 상영됐다.

   한편 '이은주 Only One'의 판매 수익금은 전액 추모사업회를 통해 젊은 영화인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