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철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작년 경기지역에서는 전국 취업자수 증가분의 62.4%인 18만5천명의 취업자가 증가하고, 실업률도 3.6%로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고용사정은 2005년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용사정의 개선 움직임 속에서 경기지역의 고용시장은 여성인력의 활용도 제고,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 기여도의 지속적 상승, 임금근로자의 고용안정성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구조변화의 특징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청년들의 고용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작년 경기지역의 20대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8천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대 실업률은 통계상으로는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준비자'와 '구직단념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청년층의 고용시장 진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용시장의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작년 경기지역 취업자수 증가분의 80%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이루어지면서 경기 전체 취업자 중에서 4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까지 확대됐다.

이와 같은 청년 취업난은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고용창출력이 약화된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기부진에 따른 투자부진과 고용유발효과가 크지 않은 수출·IT제품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청년실업문제의 이면에는 일자리를 둘러싼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높은 교육열로 인해 80년대 초만 하더라도 30%를 밑돌던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지금은 80%대를 상회하여 작년만 해도 27만명의 대학졸업자가 새로이 취업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이들이 원하는 소위 '괜찮은 일자리'는 신입보다는 경력자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중소 제조업체들은 오히려 생산직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일손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청년층 취업시장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 창출방안이 필요하다. 인턴제도 시행기업에 대해 임금지원 및 내실있는 직장체험 연수프로그램 등을 마련하여 새로이 취업시장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이 다양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경로를 개발해 주어야 한다. 실업계고등학교와 기업체 간 산·학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고등학교부터 실효성 있는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또한, 구직자들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되는 지식기반서비스업의 기반을 확대해 나아감과 동시에 3D업종 등 취약부문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구직자들의 눈높이에 맞춤으로써 제조업 부문의 청년취업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물론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규제개선과 친기업적 행정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상생의 노사관행을 정착시키는 한편, 지자체의 기업우대정책과 지역사회의 기업사랑 운동 전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강화 등으로 친기업문화를 확산시켜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많은 기업이 전년보다 축소된 신규채용계획을 밝히는 등 올해 고용시장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빈자리를 채우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안 성 철(한국은행 경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