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현대제철과 더불어 인천의 3대 향토기업 중 하나인 'SK인천정유'가 오는 7일이면 SK의 가족이 돼 '행복서약'을 하고 재도약을 시작한 지 1년이 된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하고 아시아·태평양 최고 효율의 회사로 만들자는 임직원들의 '행복서약'은 SK인천정유의 가슴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대변해 주고 있다. '경인에너지'(1969~1994년)→'한화에너지'(1994~1999년)→'인천정유'(1999~2005년)→'SK인천정유'(2006년 3월~)로 이어져온 고난과 시련의 시대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자는 구성원 모두의 염원이 행복서약에 담겨져 있다. <편집자 주>
SK인천정유 인천공장 정희주 공장장은 "SK가 인천정유를 인수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며 "행복서약은 SK인천정유를 회사 구성원은 물론 이웃과 지역사회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튼실하고 알찬 회사로 만들어 가자는 임직원 각자의 마음가짐과 각오"라고 설명했다.
# 고난 딛고 SK가족으로 새출발
1969년 국내 3번째 정유회사로 출범한 SK인천정유는1970~80년대 수도권 주 에너지 공급원으로 인천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외환위기(1997년) 직전까지 내수시장 점유율 11%에 1천여개의 계열 주유소를 거느렸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부의 석유산업에 대한 일련의 자유화 조치와 외환위기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가 맞물리면서 사업수익성은 날로 악화됐다.
결국 1999년 4월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기업빅딜(기업간 대규모 사업교환)'을 통해 경영권이 현대그룹으로 넘어갔다. 같은 해 8월 발전사업 부문이 따로 떨어져 (주)한화로 넘어갔고, 9월 인천정유(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렇지만 경영여건은 나아지지 않았고 2001년 9월 최종부도 처리됐다. 2003년 3월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계획을 인가받은 뒤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국제 석유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SK의 새로운 일원으로 거듭났다.
정상화 발판을 마련하기까지 10년 동안 2차례에 걸쳐 단행된 구조조정은 혹독했다. 계열 주유소는 기존 5분의 1 수준인 200여개(충전소 30여개 포함)로, 1천명이 넘었던 임직원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신입사원도 10년 만에야 처음으로 올해 10명을 수혈했다.
SK의 가족이 된 지 1년이 되면서 직장분위기도 180도 달라졌다. 생산지원팀 황차규 부장은 "인천공장 직원의 60% 가량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며 "회사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직원들 역시 이웃과 지역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가고 있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편집자>
SK인천정유는 출범 이후 약 1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SK그룹 일원으로 편입된 이후 SK와의 원유공동구매를 통한 원재료 도입단가 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원유도입선을 확보한 부수적인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SK인천정유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국제유가 등락 등 외부 경영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취약한 생산 및 판매 구조가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5대 정유사 중 규모가 가장 작은데다 차세대 정유업계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고도화 처리시설을 유일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저부가가치인 단순정제만 가능한 현재의 낙후된 생산설비를 대체할 신규 투자가 절실하다. 국내 판매망이 미비해 수출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도 구조적인 결함 가운데 하나다.
국내 수요정체에 따른 경쟁 심화와 환경규제에 따른 석유제품 품질규제 강화 등 앞으로 새롭게 극복해야 할 문제점도 하나둘씩 쌓여가고 있다. SK인천정유가 2번에 걸쳐 치러내야 했던 혹독한 시련이 바로 이런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해 비롯됐다는 '산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SK인천정유의 희망
모범적인 노사관계에서도 SK인천정유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출범 당시 노조는 회사발전을 위해 '무교섭 무분규'라는 상생의 길을 택했다.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최고 효율의 회사와 최고의 대우'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대외적인 어려운 사업환경을 구성원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하면서 조금씩 가시적인 경영개선의 결실도 얻고 있다.
2001년 9월 이후 운휴 중인 1공장을 올 상반기까지 정상가동 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재 모든 구성원이 공장가동 정상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 공장운영효율개선과 물류시스템의 최적화를 통한 비용절감과 경영 인프라 구축 등 지속적인 경영혁신 활동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높여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에도 한발씩 다가가고 있다.
미래를 향한 구성원 모두의 힘찬 결의와 각오로 모든 장애를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 효율의 정유회사'라는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 위해 SK인천정유의 모든 임직원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