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쾌적한 환경이나 좋은 문화시설이 갖추어진 곳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거지 선택의 첫째 기준은 여전히 자녀의 교육문제이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자녀교육을 위해 지방에서 살던 넓은 아파트를 팔고 서울 강남의 조그마한 아파트로 전세를 얻어 이사를 하였다. 정부는 지방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계획하고 산업 시설의 지방 재배치를 추진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수도권으로 그리고 서울의 강남지역으로 모여들기만 한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우리 국민의 교육열이 마치 나쁘고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정부의 교육정책이 잘못되어서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가 갖는 당연한 마음이요,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주거지를 옮기는 것은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녀교육을 위해 세 번씩이나 집을 옮겨 다녔다는 옛 고사는 아름답고 바람직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자녀를 좋은 지역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는 부모의 욕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여건이 그러한 부모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지방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단을 만들어 산업 시설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고 경제발전을 위한 기반시설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유출을 막고 안정적인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교육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여 주민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 지역의 교통 여건이 다소 불편하고 여타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부모들이 원하는 자녀교육을 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이 구비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그곳을 주거지로 선택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자녀교육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우수한 인재들이 그 지역으로 집결된다면, 지역의 발전은 저절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인천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경우 주민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교육여건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실정이다. 초중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학생수는 전국 평균을 훨씬 넘어 40명이 넘는 학급이 허다하고, 학교를 새로 지을 땅을 찾지 못해 과대학교나 과밀학급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 결과 우수한 인재들이나 상위층의 학생들은 보다 나은 교육여건을 찾아 다시 서울지역 등으로 떠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진정으로 지역의 발전을 원하고 도모하고자 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회 관계자들이 교육의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해당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우선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여건의 개선 문제는 교육감에게만 일임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가야 할 과제이다. 교육여건의 개선이 지역 발전의 지름길이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공감할 필요가 있다.
/허 숙(경인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