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최근 관측속에 정치권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정 전 총장의 입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던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인사들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나 한나라당은 "출마하면 결국 들러리가 되고 말 것"이라며 만류하고 나선 것.

범 여권이 정 전 총장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선 개혁적 경제전문가이자 대학 현장을 진두지휘해본 교육 전문가라는 점 외에 충청 출신으로서 이른바 '서부벨트' 구축을 완성할 수 있는 인물이고, 기성 정치권과는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 복귀가 임박한 한명숙 총리와 시민사회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영남권 주자인 김혁규 의원 등이 가세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라는 공간에서 경선판을 짜면 흥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 전 총장이 대선전에 뛰어들 경우 '들러리'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출마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 전 총장이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 여권 후보로 나서는 것은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며 "그러나 정 전 총장 본인의 정체성과 국민들의 기대, 역사적 소명의식, 시대정신, 정치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열린우리당과 범여권이 정 전 총장 카드를 적절하게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처음에는 치어리더나 불쏘시개 정도로 이용하겠지만 정 전 총장은 어차피 들러리"라며 "정당지지도가 10%를 오르내리는 난파선에 몸을 실어봐야 큰 실익도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인 만큼 정 전 총장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해보겠다는 뜻이 있다면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 전 총장은 지난 4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순직 소방관 추모식에 참석한 뒤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재촉하지 말아 달라"며 "생각은 오랫동안 깊게 하고 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